KBO의 오승환 사전 징계, 과연 합당한 것일까?

입력 2016-01-09 18:38
▲ 오승환(사진=한신 타이거즈)
도대체 어떤 근거로 징계를 내린 것일까?

도박혐의가 있던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임창용이 KBO로부터 시즌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삼성으로부터 방출을 당했기 때문에 현재는 무적 신분이지만 KBO 소속으로 있을 때 도박을 했기 때문에 징계를 내리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임창용과 함께 전 한신 타이거즈 출신의 오승환도 동일한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건 무슨 코미디인지 모르겠다. 오승환은 KBO 소속이 아니다. 그의 마지막 소속 리그는 NPB였다. 물론 해외생활을 마감하고 KBO리그로 돌아온다면 삼성으로 복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로컬룰에 불과하다. 이, 로컬룰을 내세워 소속되지 않은 선수를 KBO에서 징계를 내린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무런 권리도 없는 KBO에서 징계를 내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다.

KBO측은 “KBO 복귀를 전제한 징계”라고 사유를 밝혔다.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뛸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사전 징계’를 내린 것인데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승환이 도박을 한 시점은 삼성 소속이 아닌 일본 한신 소속이었다. 다시 말해서 KBO에서는 그 어떤 구실을 만들 수도 없고 만든다고 해도 KBO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전 징계를 내릴 권리가 없다.

현재 KBO의 논리라면 미국과 일본에서 뛰고 있는 KBO리그 출신의 한국 선수들이 현지에서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KBO에서도 징계를 내릴까? “향후 복귀를 전제”해서 말이다. 아무리 여론이 강력한 중징계를 요구한다고 해도 앞뒤 가리지 않고 징계를 내린 것은 KBO의 잘못된 처사다.

그렇다면 오승환은 삼성 소속도 아니었고, KBO 소속이 아니었으니 용서를 해야 한다는 것일까? 당연히 그건 아니다. 다만 정식으로 삼성 복귀 절차를 진행하거나 계약을 했다면 그 때 징계를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KBO는 오승환에 대해서 징계를 내릴 명분도 없고 구실도 없다.

그럼에도 오승환은 삼성 출신이었다는 점과 임창용 등 삼성 소속 선수들과 함께 연루되었다는 점에서 징계를 하는 것도 매우 우스운 일이다. 프로야구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만큼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여론 때문에 권리가 없음에도 무조건 징계를 내리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KBO는 한국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기구다. 따라서 KBO도 프로가 되어야 한다. 일단 여론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일단 앞뒤 가리지도 않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마추어 같은 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