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도 '조용'…속내는?

입력 2016-01-10 00:00
수정 2016-01-10 13:41


우리 군이 지난 8일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재개했지만 북한군은 아직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이틀째인 9일 "최전방의 북한군은 경계·감시 태세를 강화한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군이 언제든지 기습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대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군은 지난해 8월 10일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했을 때에도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당시 북한의 첫 반응이 나온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5일 만인 8월 15일이었다.

북한 인민군 전선사령부가 '공개경고장'을 통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직접적인 전쟁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이어 북한군은 최전방 부대에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시설 타격을 위한 훈련을 했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10일 만인 8월 20일 비무장지대(DMZ)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를 재개한 이후 북한군이 이틀째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8일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심리전 방송'을 언급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첫 반응은 지난해 8월보다 빨리 나온 셈이다.

그러나 김 비서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난하는 대목에서 그 대상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라고 언급해 '남조선'을 직접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의 내용이 담긴 확성기 방송에도 남한을 겨냥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4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이번 사태가 지난해 8월과는 다르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8월의 경우 북한의 국지적 도발로 촉발된 남북한 사이의 대결 구도였지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전략적 도발로,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대립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포함한 대북 공조에 착수했지만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대북 제재의 결정적인키를 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현재로서는 북한이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움직임을 지켜본 다음 남한에 대한 대응 방향과 수위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게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8·25 합의에서 언급된 '비정상적 사태'로 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우리 군도 당장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군의 반응을 포함한 여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