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계에서는 FA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 직장인은 평생 꿈꾸지 못할 금액을 받기 때문인데 단순 숫자만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2015년 기아타이거즈는 미국으로 떠났던 윤석민과 계약금 40억, 연봉 12억5천만 원 등 4년간 총 9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로써는 구단 발표액 기준 역대 FA(자유계약선수) 최고 금액이었다.
그리고 28년 전 1988년 1월 8일 금요일. 당시의 해태타이거즈는 투수 선동열과 6천만 원의 연봉 재계약을 맺었다.
해태타이거즈는 1987년 12월 30일, 선동열과의 1차 면담에서 20승 미만이면 연봉을 25% 삭감한다는 계약이행을 주장했다. 반면, 선동열은 절대적인 팀공헌도(14승 2패 6세이브)를 내세워 옵션 백지화를 주장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결국 2차 면담에서 같은 옵션을 적용한다는 조건에 재계약을 했다고 한다.
1988년 선동열의 연봉 6천만 원은 현재 얼마 정도의 가치를 가질까? 당시 5천만 원이었던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의 2015년 현재 시세는 9억 원에서 10억 원 사이로 약 20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비춰보면 선동열이 받은 6천만 원은 현재 약 12억 원 정도다. 27년이 지난 오늘날 윤석민이 받는 연봉 12억5천만 원과 대동소이하다.
야구선수의 연봉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숫자만 커졌을 뿐 거품이라고 보기엔 힘들다. 단지, 일반 직장인 대비 수십 수백 배의 연봉을 받는 그들의 가치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선동열은 당시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였다. 그가 받는 연봉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야구 선수들의 연봉에 의문을 가지는 이유는 그들의 가치에 평가 때문이다. 물론, 선수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구단 내부사정에 따른 것이지 굳이 팬들의 몫은 아니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가 아니면 받기 힘들었던 금액을 이제는 너도나도 챙긴다. 그래서 굳이 지적해야할 것은 선수가 챙기는 '금액'이 아닌 이런 '흐름'이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의 야구 리그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면 그 중 한 가지는 최고 연봉을 보장받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 중 하나인 잭 크레인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한화 약 2,4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400억이 넘는다.
돈 많이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고 실력과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데 거부할 선수는 없다. 한국 FA 시장의 이런 흐름이라면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곳이 미국이 아닌 한국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과도해 보이는 야구 선수들의 연봉에 불편함을 느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어차피 선수들 역시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실적에 민감한 '계약직'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