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빠생각', 지금 우리에게 '음악'이 필요한 이유 [리뷰]

입력 2016-01-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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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빠생각'은 6.25 전쟁 당시 실제로 있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하여 전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과정이 담긴 영화다.

음악이 주는 감동은 실로 대단하다. 음악은 수천 년 동안 치료에 사용됐다. 음악치료가 현대적으로 구체화된 것은 이차 세계대전 이후로, 전쟁의 충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군인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사람들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노랫말에서 각자의 삶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해왔고, 이는 곧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영화 '코러스(2004)'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전쟁의 상흔으로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과 실패한 작곡가가 만나 합창을 통해 서로 교감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오빠생각'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주역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 부르는 청명하고 순수한 노랫소리였다.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파라다이스 로드(1997)' 역시 2차대전 말기 전쟁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만들어진 합창단은 아름다운 선율로 다른 포로들뿐만 아니라 일본군의 마음까지도 감동시킨다. 

2002년 영화 '연애소설'로 데뷔한 이한 감독은 앞서 말한 영화들처럼 '오빠생각'에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 노래를 통해서 아픔을 보듬어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해방 직후 한국전쟁으로 아비규환이 돼 버린, 1951년 8월의 전쟁장면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대립이 첨예하던 당시, 힘이 없던 서민들은 인민군과 만나면 인민군가를 부르고 국군을 만나면 국군 군가를 불러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 오해로 서로를 증오하는 아이들, 자신이 실수로 불러버린 인민군가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순이(이레 분)는 슬픔과 오해, 증오가 쌓인 암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한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연출력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휴먼드라마가 탄생했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이 감독은 여전히 경쟁과 오해, 각자의 상처로 각을 세우고 있는 현대인들이 '오빠생각'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게 되는 바람을 담았다. 

'오빠생각'에는 '고향의 봄', '대니보이&애니로리', '즐거운 나의 집&친구와 함께', '나물캐는 처녀' 등의 서정적인 노래가 등장한다. 이 감독은 노래를 선정할 때 시대적 고증과 노래를 하는 아이들이 즐겁게 부를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었다. 감독의 세심한 작업은 전쟁을 겪었던 이와 전쟁이 낯선 젊은이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장치가 됐다. 

'오빠생각'은 음악을 다루는 영화이지만, '인사이드 르윈(2013)'이나 뮤지컬 영화처럼 작품성이 강하지는 않다. 상업영화임을 고려했을때 음악이라는 예술적인 요소와 대중적인 흥행 요소가 적절히 섞여 부담없이 보기 좋은 영화다.  

배우들 역시 각자의 캐릭터를 잘살려 어색하거나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한상렬 소위 역을 맡은 임시완, 전쟁으로 한쪽 팔을 잃은 불쌍한 악역 갈고리 역의 이희준, 유학파 자원봉사자 주미 역을 맡은 고아성, 애틋한 남매애로 관객의 눈시울을 적신 아역배우 이레, 정준원의 튀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연기 덕분에 124분의 런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영화 '오빠생각'은 오늘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