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銀, 북핵發 대북사업 '시계제로'

입력 2016-01-08 08:26
수정 2016-01-07 18:16
수은·산은·기은 대북사업 '어찌할꼬'
<앵커>
북한의 핵실험에도 금융시장은 학습효과 때문인지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핵 리스크에 다소 무덤덤한 시중은행들과 달리 금융지원, 대북 프로젝트에 깊히 관여하고 있는 국책은행들은 불투명해진 지정학적 리스크로 그간 행보가 무색하게 됐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3년 만에 또 다시 재연된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국책은행들은 때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의 ‘통일대박’ 선언 이후 CEO들이 팔을 걷어 부치며 통일금융, 전담부서 발족, 대북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해 온 국책은행들 입장에서는 사안이 생각처럼 간단치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1991년부터 남북협력기금을 운용해 온 수출입은행의 경우 ‘통일대박’ 선언, 이덕훈 행장의 취임 이후 대북 전담센터 개소, 나진·하산 프로젝트 지원에 드라이브를 걸어 온 만큼 난감할 따름입니다.

유라시아 개발의 일환으로 러시아·북한이 추진중인 나진항 개발, 나진-하산 철로 프로젝트 등은 이덕훈 행장이 역점을 두고 누누이 강조를 해 온 사업으로, 허공에 뜨는 양상입니다.

<인터뷰> A 국책은행 대북 전문가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한국 정부, 한국 대기업들이 그런 북한을 상대로 하는 협력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에는..(수출입은행이 해 온) 기존에 논의중이던 동북아 협력 사업에 당연히 영향을 미친다”

수출입은행이 주도중인 동북아개발은행 출범도 천안함 사태 이후 막혀 있던 제한들을 풀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중이었지만 이번 북핵 수소탄 이벤트로 그 동력을 잃게 됐습니다.

한·중·러·몽골이 참여하는 동북아수출입은행 협의체를 근간으로 진행중인 광역두만강계발계획(GTI)을 통해 향후 상황이 호전되면 북한을 참여시키는 대안을 강구해야 할 처지입니다.

지금까지 정책자금 중심의 지원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국제투자자 유치를 통해 대북개발을 이끌겠다며 각종 해외출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동분서주했던 이덕훈 행장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산업은행의 경우 ‘통일 대박’ 선언 이후 대북전담팀 신설, 유관기관과 협의체 발족, 통일독일 금융을 전담했던 독일재건은행(KfW) 등과의 MOU 체결 등 제반 행보에 나선 바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천안함 사태 이후 MB정부에서 일체의 지원을 중단시켜 현재 대북 관련해서는 개성공단 진출업체 여신지원이 전부라며 북핵 이벤트와 일정부분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정책자금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커넥션을 통해 대북 미션 플레이를 하는 수출입은행과 달리 산업은행은 국내 자금과 기업 중심으로 대북 프로젝트에 임해야 해, 경제·외교 분야의 협력을 중심으로 산업과 자원 분야의 협력 수순을 밟아야 하는 데 북핵 이슈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된 셈입니다.

권선주 행장이 통일금융, 대북사업 기업 지원, 상품 출시 등을 밝힌 바 있는 기업은행도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로, 국책은행 안팎에서는 ‘통일대박’ 이후 관련 업무에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 B 국책은행 관계자
“지금 당장 무엇을 하는 것 보다 통일되고 나서 낙후된 北 산업개발이나 공장 세워지고 해야 하는 데, 너무 뜬금없다. 준비가 너무 안 돼 있고 그에 걸맞는 방안 가줘야 하는 데 말만 많았지”

유엔 안보리가 현 제재보다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 , 즉 핵과 관련이 없더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금융사에 대한 제재 등 추가 압박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만큼 대북지원·거래는 어떤 형태로든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각종 제안, 선언이 이어졌고, 이에 대한 맹목적인 시행에 나선 국책·특수은행들의 행보가 북핵 재발, 유엔의 추가 제재 움직임에 부딪히며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