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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문채원과 유연석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날의 분위기'를 본다면 누구도 잊을 수 없는 대사다. '그날의 분위기'는 찍은 여자는 무조건 넘어오는 마성의 매력남 재현(유연석 분)과 연애는 사골국 끓이듯 오랫동안 만나야 진정한 로맨스라고 생각하는 순수녀 수정(문채원 분)의 발칙한 로맨스를 그렸다.
영화는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수정과 재현의 로맨스에 집중한다. 영화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두 남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썸과 밀당, 친밀해져 가는 과정들을 디테일하게 살렸다. 그뿐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첫 만남에 대한 남녀의 생각, 밀고 당기는 썸에 대처하는 자세, 원나잇에 대한 관점 등 연애의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순간에 대한 연애 심리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영화에서 문채원이 입고 나오는 하얀 블라우스와 파스텔 톤의 핑크 코트가 10년째 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여인이 갖는 폐쇄성을 의미한다면, 그녀가 신고 있는 빨간 하이힐은 철벽녀 문채원의 마음한편에 자리 잡은 개방성을 보여준다. 또 빨간 하이힐은 이들의 마음이 통하는 매개체의 역할도 하고 있다. 유연석은 하루 종일 빨간 하이힐을 신고 불편해하는 문채원의 다리를 마사지해준다. 유연석의 눈빛을 계속 외면하던 문채원이 처음으로 유연석를 바라보는 눈빛이 변하는 순간이다.
이들의 로맨스가 실현되는 '그날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데는 장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채원과 유연석이 여행을 통해 첫 만남을 갖고 장소를 이동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서로의 감정을 키워가는 구성이 로드 무비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KTX 옆자리에서 시작해 자동차, 소원 연못과 송광사, 농구장에서 이루어지는 아슬아슬한 스킨쉽을 통해 결국 '그날의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그들은 어쩐지 침대에서는 그 '분위기'를 형성하지 못한다.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뻔한 로맨스는 그리지 않겠다는 조규장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배우들의 케미도 돋보인다. 이미 '오늘의 연애'를 통해 로코퀸으로 자리잡은 문채원은 '그날의 분위기'로 돌아오며 당분간 로코의 여왕 자리를 내놓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응답하라 1994', '맨도롱 또똣'을 통해 멜로의 정석을 보여준 유연석과 문채원의 조합은 조규장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또 영화 '살인의뢰', '내부자들'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배우 조재윤과 '국제시장', '오 나의 귀신님'의 김슬기가 코믹한 연기로 극에 숨을 불어넣는다.
첫 장면에서 유연석이 문채원에게 툭 던진 "저 오늘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대사가 이들의 만남을 가볍게 연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문채원이 외치는 대사는 가벼운 만남을 사랑으로 이끈다. 문채원의 마지막 대사는 오는 1월 14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