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공개수배 특집, 뒷맛이 어째 좀 쓰다?

입력 2016-01-05 17:21
수정 2016-01-05 17:37




MBC '무한도전(이하 무도)' 제작진이 부산 추격전 당시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 답례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무도 제작진은 "지난 방송서 광희에게 옷을 바꿔 입혀주거나 차를 태워주고 또한 멤버들을 곳곳에 숨겨주며 촬영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제작진이 연락처를 받아 답례했다"며 "큰 건 아니지만 '무한도전' 관련 MD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네티즌은 "역시 무도답다", "이러니까 국민 예능이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부산 경찰과 시민의 협조로 가능했던 이번 '무도 추격전'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부산 경찰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잘 드러났듯이 '범인을 잡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공익 캠페인 못지않았다. 

그런데 제보를 통해 경찰의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이 있는가 하면 경찰의 추격을 무색하게 만들며 무도 멤버들의 도주에 도움을 준 시민들도 있었다. 아무리 예능은 예능이고, 방송은 방송이라지만, 이들은 결국 '범인은닉죄'의 범죄자다. 

형법 151조에 따르면 범인은닉죄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또한, 이 죄의 고의(故意)의 성립에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범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지만, 그 범죄가 어떠한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되고, 구체적으로 법정형이 벌금 이상의 형인 것까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시민들은 무도 멤버들이 공개수배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방송이고 연출이라지만, 한 시민은 옷을 바꿔 입고 광희 행세를 하며 도주를 위한 헬기에 탑승할 수 있게 도와줬다. 어떤 시민은 도피처까지 차에 태워 주기도 했고 곳곳에 숨겨주기까지 했다. 진정 공익을 위한 '예능'이 될 수는 없던 걸까. 

부산경찰청 관계자가 한 매체를 통해 밝힌 내용은 놀라웠다. "애시당초 우리 측에서 요구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엔딩을 미리 짜고 했다'는 반응이 많더라.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도망가는 것 보다 잡는 게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검거과정에서 그려진 경찰의 모습에서는 뭔가 무능한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거기에 힘을 실은 건 도주를 도운 시민들이기도 하다. 어떻게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 자부하는 범인역의 무도 멤버들이 부산 경찰의 손아귀를 쏙쏙 잘만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끊임없는 시민들의 제보, 룰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자꾸 전화나 카드를 사용하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멤버들은 항상 카메라맨과 함께였다. 도주하는 차량에는 그를 촬영하기 위한 제작진의 차가 따라붙어 있었고 그런데도 그냥 지나치는 경찰의 모습은 과연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닐까? 만약, 부산경찰청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부산 경찰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꼴이다. 

사실 이번 '무도 공개수배'는 언론에서 말하는 공익성을 띄기보다는 오히려 '범죄 미화'에 가까웠다. 경찰에 쫓기는 무도 멤버들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나쁜" 경찰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입장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경찰의 추격을 방해하며 그 도피를 도운 시민들은 악인이 아닌 "선인"이었다. 

이왕 '공익성'을 목적으로 특집을 만들었다면 도주를 도운 시민들도 함께 처벌되는 그림이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혹은, 멤버들이 자신의 누명을 밝혀 결백을 입증하고, 누명을 씌운 누군가를 처벌하는 영화와 같은 '권선징악'적 시퀀스는 어땠을까. 어찌 됐든, '무도 공개수배'의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