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의 인공 호흡, 첼시 FC를 다시 유기체로 살려내고 있다

입력 2016-01-05 09:23
수정 2016-01-05 13:01
▲첼시 FC가 3일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사진 = 첼시 FC)
지난 해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은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 2016)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 과정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첼시 FC 팬들 입장에서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역시 마법사와 같은 지도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부임 후 세 경기만에 뜻 깊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마치 응급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인공 호흡을 성공한 셈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 FC가 한국 시각으로 3일 오후 10시 30분 런던에 있는 셀허스트 파크에서 벌어진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상대 팀 크리스탈 팰리스가 최근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며 상위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첼시로서는 이 원정 경기가 몹시 부담스러운 런던 더비 매치였을 것이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핵심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무엇보다 전임 무리뉴 감독과 불편한 관계로 구설수에 자주 올랐던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를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시켰다는 점이 괄목할만한 점이다.

축구 경기에서 골잡이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공격적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한 팀의 경기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면에서 히딩크 감독은 디에고 코스타 활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처방을 적절하게 내린 것이다.


첼시 FC는 경기 시작 후 15분만에 그들이 자랑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가 허벅지 근육을 다치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비가 많이 내려 미끄러운 그라운드 컨디션 위에서 드리블과 공간 침투 능력, 창의적 플레이가 두드러진 아자르의 중도 탈락은 재앙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페드로를 대신 들여보내며 그 충격을 최소화시켰다. 최근 측면과 중원의 조화를 바탕에 둔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핵심 선수 1~2명이 바뀐다고 해서 크게 휘청거리지 않는 팀으로 변신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련한 중앙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최전방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가 세로 축 중심을 잡았다면 윌리안과 오스카,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은 가로 축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29분에 터진 오스카의 선취골부터 남달랐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기막힌 찔러주기가 홈팀 수비라인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이 공을 받은 디에고 코스타는 슛 욕심을 부리지 않고 왼쪽으로 달려오는 동료 오스카를 빛냈다.

후반전에도 이들의 고른 활약은 멋진 추가골과 쐐기골로 나타났다. 오스카 옆으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로 때린 윌리안의 추가골은 좀처럼 보기 드문 슈퍼 골이었다. 2016년 새해부터 첼시가 잘 풀릴 것이라는 점을 말해주는 명장면이었다.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도운 디에고 코스타는 66분에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하며 윌리안의 슛이 상대 골키퍼 손끝에 맞고 흐른 것을 따라들어가 밀어넣었다. 각자의 역할을 너무나 잘 알고 다시 유기체로 살아나고 있는 첼시 FC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이로써 첼시 FC는 리그 순위를 14위까지 끌어올려 단숨에 중위권 싸움에 뛰어들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 진정한 분기점은 오는 25일 오전 1시(한국 시각)로 예정된 아스널 FC와의 런던 더비 매치가 될 것이다.


※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결과(3일 오후 10시 30분, 셀허스트 파크)

★ 크리스탈 팰리스 0-3 첼시 FC [득점 : 오스카(29분,도움-디에고 코스타), 윌리안(60분,도움-오스카), 디에고 코스타(66분)]

◇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순위표
1 아스널 42점 13승 3무 4패 34득점 18실점 +16
2 레스터 시티 40점 11승 7무 2패 37득점 25실점 +12
3 맨체스터 시티 39점 12승 3무 5패 39득점 21실점 +18
4 토트넘 홋스퍼 36점 9승 9무 2패 34득점 16실점 +18
5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3점 9승 6무 5패 24득점 17실점 +7
6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32점 8승 8무 4패 30득점 23실점 +7
7 크리스탈 팰리스 31점 9승 4무 7패 23득점 19실점 +4
8 리버풀 30점 8승 6무 6패 22득점 24실점 -2
9 왓포드 29점 8승 5무 7패 25득점 22실점 +3
10 스토크 시티 29점 8승 5무 7패 21득점 21실점 0
11 에버턴 27점 6승 9무 5패 36득점 29실점 +7
12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 26점 7승 5무 8패 20득점 25실점 -5
13 사우스햄튼 24점 6승 6무 8패 26득점 24실점 +2
14 첼시 FC 23점 6승 5무 9패 26득점 29실점 -3
15 노리치 시티 23점 6승 5무 9패 23득점 32실점 -9
16 AFC 본머스 21점 5승 6무 9패 22득점 34실점 -12
17 스완지 시티 19점 4승 7무 9패 17득점 26실점 -9
18 뉴캐슬 유나이티드 17점 4승 5무 11패 19득점 35실점 -16
19 선덜랜드 15점 4승 3무 13패 22득점 39실점 -17
20 아스톤 빌라 8점 1승 5무 14패 16득점 37실점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