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극 달맞이꽃 연습 장면. 오른쪽은 깡패 왕초역인 배우 유승원으로 단편영화제에서 문화부장관상 대상을 수상할 만큼 검증된 연기자라는 평이다.>
◇ 2~3일 서울 대학로 엘림홀에서 오후 4시, 7시 '워크숍' 공연
가진자(haves)와 못가진자(have-nots)의 대립구도는 어쩌면 70~80년대 개발독재 시대의 유산일지 모른다. 그 같은 시각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의 한편에는 '가진자=착취자'이며, '못가진자=빼앗긴자'로 치부되기도 한다.
과연 그 같은 이분법 논리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아직도 그 공식은 유효한가...
때마침 공연단체 '희곡 읽는 사람들(Play Readers)'이 2016년을 여는 의미있는 연극 한 편을 무대에 올린다. 제목은 '달맞이꽃'.
연출을 맡은 한동대 겸임교수 최종률은 '가난한 동네'와 '가난한 마음', '밤에만 피어나는 달맞이꽃'을 병렬시키면서, 이번 '달맞이꽃' 공연이 "소외된 이들을 돌아보는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등장인물은 크게 세 부류다. 관악산이 바라보이는 서울 변두리 달동네 사람들과 달동네를 파괴해서 아파트를 지으려는 건축업자 깡패들, 그리고 빈민선교를 위해 마을로 찾아온 처녀 전도사들.
이 같은 삼각 인물구도로만 보면 자본주의의 피해자로 몰린 변두리 달동네 사람들이 봄의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겨울을 이겨낸다는 '달맞이꽃'의 꽃말과 같은 내용으로 추측되지만, 극단 측은 전체 스토리를 짐작할만한 추가적인 정보는 내놓지 않고 있다.
한 가지 단서를 찾는다면 전도사들의 등장. 이들 신앙인들로 인해 극이 상쟁(相爭)의 자본주의 갈등구조로 전개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극복시킬 소지는 충분하다. 그래서 '열정'을 가진자와 못가진자를 아우르는 21세기형 상생(相生)의 새 패러다임이 제시될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하지만 '돈'의 유무에 의한 감정 갈등이든, '열정'의 유무에 의한 이성 갈등이든 그 구조적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작가와 연출자의 자유일 수밖에 없다. 20세기적 분배갈등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
마을사람들, 전도사들과 대립하는 깡패 왕초역인 배우 유승원은 2002년부터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급으로 다재다능한 연기실력을 보여준 미완의 대기. 이번에 모처럼 연극 나들이에 나서 관객과 호흡하지만, 2004년 충주에서 열린 무술축제 단편영화제에서 문화부장관상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평단의 검증을 받은바 있다.
그 외에도 정옥주 정현주 이은미 장상진 한정현 조명행 조혁찬 이임례 김미소 등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출현한다. 우리 이웃들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진단하고 극복할 것이지 고민하는 관객들에게는 좋은 시간이 될듯하다. <1월2~3일, 서울 대학로 엘림홀. 오후 4시, 7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