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카', '조명테러' 논란 SBS '가요대전',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입력 2016-01-01 15:21




지난 2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SBS '가요대전'은 가루가 됐다. 아니, 하도 까여서 가루도 아니고 분자 단위까지 분해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덕분에 '가요대전'의 연출진은 대역죄인이 됐다.

그동안 SBS '인기가요'는 지상파 3사를 통틀어 가장 완성도 높은 음악방송이라 평가받았다. 연출진이 같은 만큼 연말 무대에 실리는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컷다. 이 역시 '가요대전'이 지금과 같이 까이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음악 방송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다르게 장면(컷)의 전환이 많다. 그나마 KBS2 '뮤직뱅크'가 컷 전환이 적은 편인데 안정적인 무대 연출을 위함이다. 반면, SBS '인기가요'는 장면 하나를 길게 가져가기보다는 템포에 맞춘 빠른 컷 전환이 특징으로 화려하고 생동감 있는 무대를 전달한다. 시청자들이 호평하는 부분이 바로 그 '화려함'과 '생동감'이다. 

SBS의 강점은 빠른 템포의 곡이 대부분인 아이돌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물론, 연말 '가요시상식'에 참가하는 가수 대부분이 아이돌이긴 하다. 하지만 기존에 활동했던 곡을 그대로 부르지 않는다. 새로운 안무, 새로운 편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새로운 안무와 곡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는 가수도 힘들겠지만, 그걸 시청자에게 전달해내는 연출진 역시 죽을 맛이다. 30여 팀에 가까운 출연진이 4시간가량 무대에 오른다. 그것도 처음 들어보는 편곡으로. 그렇다고 출연진을 줄이면 적게 나온다고 욕을 먹으니 빼도 박도 못한다. 

이 정도면 수백, 수천 번의 컷 전환 포인트를 잡아 콘티 짜야 한다. 그런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당일 리허설 몇 번으로 판단해 생방송으로 최고의 화면을 전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실상 애드리브에 가까운 컷 전환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드라마로 치자면 당일 나온 쪽대본으로 당일 편집해서 방영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vN 'SNL'에서는 매번 빠지지 않고 실수가 나온다. 배우들이 대사를 버벅이고, 연기 중 웃어도 시청자는 이를 '라이브'의 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굳이 배우가 아닌 방송 연출진에게만 그렇게 날카로운 잣대를 대야만 할까. 100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욕먹는게 연출진이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고, 전교 1등도 수능에서 실수할 수 있다. 

시상식에서 상 받는 수상자의 어깨에만 무게감이 실리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모든 연출진의 어깨 역시 천근만근이다. 괜히 수상자가 제작진에게 감사의 말을 돌리는 게 아니다. 

어느 연출자가 본인 프로그램을 허투루 만들고 싶을까? 그들은 12월 27일 단 하루를 위해 1년을 고생했다. 가수와 팬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대규모 공연장을 준비하고, 새로운 방송 장비를 도입했다. 시청자에게 생동감 있는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 비록 완벽하지 않았을지언정 그들에게 돌을 던질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사장님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