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 연예 대상 리뷰. “올해의 시상식은?”

입력 2015-12-31 17:22


욕하면서 보는 방송 3사 연말 시상식. 상 뿌리기, 공동 수상, 각종 상명 붙여서 남발하기 등 사실상 우리네 회사 종무식과 그 권위가 다를 게 없다. 이럴거면아주 시상식을 드라마, 예능, 가요 통합으로 하는 게 낫지 싶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 지금처럼 연말 시상식을 나누고 또 나눠야 광고가 더 붙기 때문이다. 방송 3사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줄 마음이 없다. 역시 욕하면서 보는 수밖에 답이 없다. 그래도 그나마 괜찮았던 시상식을 뽑아본다.

"부족하나마 올해의 시상식"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는 김구라였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라디오스타', '능력자들' 등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해당 프로그램에서 모두 괜찮은 활약을 보여 수상이 예상됐다. 김구라라라는 예능인의 이미지에 호오가 갈릴 뿐, 올해 대상에 필적할 만한 활동을 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여기에 레이양이 김구라 대상 수상소감 중 저지른 민폐는 도리어 노이즈마케팅이 되었다. 또한 에미상에서 영감을 받은 '3분 수상 소감'은 지루함을 대폭 개선해 나름 쇄신이라 할 만하다. 적어도 MBC 전통의 공동수상 오명을 올해 들어 씻어냈다는 점에서 올해의 시상식은 MBC 방송연예대상이 가져가는 게 합당해 보인다.

but...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복면가왕 패널인 신봉선이 우수상을 받는 등 MBC 연예대상의 고질적인 문제인 이름만 화려한 온갖 상 남발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이런 걸 한민족의 콩 한쪽도 나눠먹는 정이라 풀어낸다면 딱히 더할 말은 없다.

"히트작의 부재가 아쉬운" - KBS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는 이휘재였다.사실상쌍둥이의 공로가 컸다고 보인다. 물론 ‘비타민’ 등 KBS에서 장기간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할 만했다. 방송 3사 연말 시상식 중 그래도 KBS는 큰 기복 없이 상을 줘야 할 사람에게 잘 준다는 인식이 있다. 대상 이외에도올해 KBS연예대상은 비예능인 보다 예능인에게 더 상을 몰아주는 경향을 보였다.

but...3사 연예대상 중 가장 무관심 시상식이었다. 그나마 조우종 아나운서와 이경규의 인터뷰가 재미를 더했을 뿐 전체적으로 느슨한 진행이었다. 올해 KBS 예능 중 크게 히트한 작품이 없는 탓이겠다.

"또다시 공동수상의 악몽" -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는 유재석, 김병만이었다.유재석, 이효리 공동수상으로 욕을 먹고도 또 공동수상이라는 패착을 놓고야 말았다. 심지어 대상 발표 30분 전까지도 사회자들이 "공동 수상이 없다"고 누차 말했다는 점이 경이롭다. 물론 사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유재석이 타사에서 대상을 못 받았으니 올해 SBS에서까지 받지 못하면 '유재석 무관의 해'가 되는 꼴이었다. 여기에 ‘런닝맨’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유재석이 SBS에서 대상을 받지 못한 점을 고려했을 때, 급하게 대상 목록에 끼운 기색이 역력하다.그럼에도 대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자충수라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

정리

시상식의 권위는 그해의 예능이 만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공중파 예능은 케이블 예능의 강세에 밀렸다. 여기에 제자리를 굳건히 지킨 '무한도전', 강세에 도리어 역공을 가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 그리고 회심의 '복면가왕'까지. 2015년 방송 3사 예능은 MBC의 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