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영화 '잡아야 산다' 아니, 웃겨야 산다

입력 2015-12-30 15:13
수정 2015-12-30 15:59


[김민서 기자] 잔뜩 뿔난 형님들이 꽃고딩 4인방을 잡기 위해 뛰고 또 뛴다. 철없는 중년들과 겁없는 고딩들은 진짜 철도 없고 겁도 없다. 코믹, 스릴, 액션까지 꽉 담은 이 영화, '빵' 터질 수 있을까.

영화 '잡아야 산다'는 베테랑 배우 김승우, 김정태와 신예 4인방 한상혁, 신강우, 김민규, 문용석의 캐스팅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더욱이 코믹극에 목말라있던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던 작품.

그만큼 '잡아야 산다'는 코믹, 스릴, 액션까지 다양한 요소를 종합선물세트처럼 꾹꾹 눌러 담았다. 단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기막힌 추격극, 그 내용은 이렇다.

잘나가는 CEO이자 일명 '쌍칼' 승주(김승우)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허탕 형사 정택(김정태)은 겁없는 꽃고딩 4인방에게 중요한 '그것'을 빼앗기게 되면서 황당한 심야 추격전에 뛰어들게 된다.

나이와 지위가 무색한 중년의 두 남자와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고딩 4인방의 추격전은 단순히 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이 달리면 가던 버스가 서고, 키보드가 부서지고, 들리던 노래가 멈춘다. 하룻밤 사이에 마라톤급 달리기를 불사하는 이들이 멈출 때면 덩달아 숨을 몰아쉬게 된다.

더욱이 김승우의 묵직한 액션과 김정태의 생활형 코믹 연기는 이 영화가 왜 코믹영화인지를 실감케 한다. 특히 김승우의 액션은 꽤나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너무 달리는 거 아닌가 싶으면 때려 눕히고, 너무 때리나 싶으면 또 달리는 밀당의 묘미가 있다. 중년 배우의 액션답게 묵직하지만, 또 날렵하다.

'잡아야 산다'를 통해 첫 스크린 신고식을 마친 빅스 한상혁의 연기도 눈여겨 봐야 한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일단 잘 달린다. 스피디한 그의 발놀림에 쾌감을 느낀 것은 혼자만이 아닐 터. 게다가 대사도 찰지다. 으레 연기가 어색하면 찰나의 민망함이 묻어나오기 마련. 그러나 이 친구는 찰나의 순간도 '원태'였다.

한상혁이 이 영화에서 '탈아이돌'에 성공했다면, 꽃고딩 친구들 김민규, 문용석, 신강우는 그 반대다. 아이돌 뺨치는 외모의 이들은 호흡도 척척 맞다. 이들의 캐릭터는 각각 너무나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 사람이 함께 모여있을 때의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 특히 '재권' 역의 신강우의 연기는 앞으로를 더 기대케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차라리 달리기만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을. 난데 없는 남자들의 우정 나눔이라든가 B급 개그를 떠올리게 하는 이질적인 대사들이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간 중간 사회적 통념을 깨는 장면들은 이들이 신문 1면에 실려도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현실적인 요소들이 과해지니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잡을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병신년' 새해 첫 코믹 추격극이라는 타이틀처럼 이 기막힌 추격극이 불러오는 웃음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기 때문. "가볍게 웃기에 적합한 영화지 않냐"던 김승우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1월 7일 개봉. 러닝타임 96분.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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