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리뷰] 거미, '콘서트의 여왕' 타이틀도 가져가세요

입력 2015-12-29 12:25



고요했던 무대 위로 ‘기억상실’의 전주가 흐르자 객석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가수 거미는 12월 27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Feel the Voice’를 개최해 팬들과 마주하고 뜨거운 감동을 전했다.

히트곡 ‘기억상실’을 시작으로 공연의 막이 오르고, 애절한 보이스의 ‘내 생각날거야’, ‘아니’에 이어 댄싱9 한선천의 현대무용과 환상적인 콜라보레이션 이뤄낸 ‘날 그만 잊어요’의 무대를 꾸몄다. 거미는 ‘사랑은 없다’를 부르며 헤드뱅잉을 시도, 긴 머리를 휘날리며 파워풀한 로커로 변신했다.

강렬한 오프닝 무대를 선보인 거미는 “데뷔한지 올해 13년 됐다. 많은 공연을 했지만 단독으로 선 공연 중 가장 큰 공연장이다. 감격스럽고 설레인다”며 “공연이 오늘 하루다. 그래서 내일이 없을 것 처럼 노래를 선곡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거미는 이어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실 때 마음 속에 뭔가 하나씩을 남겨드리고 싶다. 그래서 오늘 이 무대에서 제 몸을 불사지르겠다”며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곧 그녀는 도발적인 춤사위의 ‘남자라서’, 뛰어난 랩 실력을 선보인 ‘미안해요’의 무대를 통해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냈다. 또한 OST의 여왕답게 ‘눈꽃’, ‘님은 먼 곳에’, ‘통증’을 연달아 부르며 드라마와 영화를의 느꼈던 감동을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로 선사했다.

거미는 “제게는 ‘R&B의 여왕’, ‘발라드 소울의 여왕’, ‘OST의 여왕’이라는 아주 좋은 수식어가 있다. 전부 다 공주도 아닌 여왕이다. 다른 여왕들도 많지만 그 많은 여왕들 중 한명인 것이 어딘가 싶다. 앞으로도 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OST작업도 많이 할 예정이다”고 재치있게 말했다.

게스트로 깜짝 등장한 휘성은 거미와 ‘Special Love’을 함께 열창했다. 이어 거미가 무대 밖으로 사라지고 휘성은 “거미 친구 휘성이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객석이 3층까지 꽉 찼다. 질투날 일이기도 한데 전혀 그런 감정은 없다. 오히려 더 기쁘고 뿌듯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거미를 2001년도 스무살 때 처음 만났다. 그 때는 매일같이 연습하고 지내면서, 이렇게까지 서로 잘 될지 몰랐다. 둘 다 잘 돼서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기쁜 잔치같은 날이다”며 “거미는 애교도 많고 참 여성스러운 친구다. 노래 말고도 그 이면에 매력이 참 많다”고 친구 거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곤 자신의 히트곡 ‘가슴 시린 이야기’, ‘인썸니아’의 무대로 객석의 흥을 돋궜다.




신나는 무대가 이어졌다. 거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곡 ‘어떤 이의 꿈’을 섹시하고 강렬하게, 이승철의 곡 ‘소녀시대’의 흥겨운 리듬으로 객석의 떼창을 이끌어냈다. 특히 ‘로미오&줄리엣’은 공연의 흥겨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두 번째 게스트로 등장한 에픽하이는 ‘Born Hater’를 통해 신나는 힙합 무대를 꾸몄다. 타블로는 “거미와 에픽하이는 가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진행된 미쓰라진 결혼식의 축가도 거미가 불렀다”며 “서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죽는 순간까지 가족일거다”라며 거미와의 깊은 인연을 과시했다. 이어 ‘Don’t Hate Me’를 통해 장내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단정한 의상을 입고 차분한 모습으로 등장한 거미는 주현미의 곡 ‘추억으로 가는 당신’ ,박정현의 곡 ‘몽중인’,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해줄 수 없는 일’의 무대를 완벽하게 꾸몄다. 거미는 “자꾸 울컥울컥한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불거진 눈시울을 감췄다.

그녀는 “오늘 ‘저의 그 분’께서 두 가지 예언을 하셨다”고 연인 조정석을 언급하며 “한 가지는 공연이 아주 좋을 거란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제가 울 거라는 것이었다. 절대 안 운다고 했는데 위태위태하다.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울보다”라고 다시 한 번 눈물을 삼켰다. 또한 “나는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그냥 인상이 좀 강할 뿐 해치지 않는다. 마음 약한 여자다”라며 자신을 친근하게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거미는 “가면을 쓰지 않은 무대에서 처음 부른다. 오늘 처음으로 부르려고 꼭꼭 아껴놨던 곡이다”라며 “복면가왕에서 부를 때도 많이 울컥했다. 겨우 참으며 마무리 했다. 그때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는데, 오늘도 그러실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겪으면서 살아가는 일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 이 노래를 여러분께 마지막 곡으로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곡으로 거미는 MBC ‘일밤-복면가왕’ 출연 당시 불렀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열창, 끝내 무대 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간절한 앵콜 요청에 다시 무대로 올라온 거미는 퍼렐 윌리엄스의 ‘Happy’와 큰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 ‘어른아이’,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를 부르며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150분의 콘서트는 짧게 느껴졌지만, 남겨진 여운은 길었다. 오프닝 멘트에서 ‘마음 속에 무언가를 남겨주겠다’던 거미의 말처럼 돌아오는 길 내내 공연의 감동을 곱씹어야 했다. 오직 거미로만 가득 차 더욱 특별하고 완벽한 시간이었다. 머지않아 '콘서트의 여왕' 타이틀마저 거머쥘 그녀의 다음 콘서트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날 오천여 명의 관객에게 큰 감동을 전하며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거미는 2016년 2월 13일 성남을 시작으로 총 5개 도시를 순회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 ‘Feel the Voice’를 실시할 예정이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