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16년간 수사망을 피해 운영되어온 불법 음란사이트 '소라넷'의 실상을 파헤쳤다.
2015년 11월 14일 새벽 2시 경, 전국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내용의 112신고 전화가 쇄도했다. 새벽의 적막을 깬 요란한 신고전화는 서울 왕십리의 한 모텔에서 실시간으로 강간모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신고자는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으니 '초대'를 하겠다. 나랑 같이 내 여자친구를 강간하자"라고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를 전했다. 신고받았던 경찰 역시 "경찰생활 30년 가까이했는데 그런 신고는 처음이었고 당황했죠. 갑자기 사이버상에서 이상한 짓을 한다고 신고가 들어오니..."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진 역시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단번에 믿기 힘들었다. 이에 제작진은 실제 피해자를 만났다.
이 제보자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집에왔다. 남자친구가 씻으러 간 사이에 휴대폰을 몰래 보게 됐는데 거기에 나의 나체 사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친구에게 왜 이런 사진을 올리냐고 했더니 소라넷에서 '초대남'을 많이 해봤다고 고백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실을 알고 피해자는 남자친구와 헤어졌지만, 남자친구가 퍼뜨린 사진을 보고 모르는 남성들에게서 계속 메신저로 연락이 온다고 고백했다.
두번째 제보자는 "소라넷에 제 신상 정보가 공유되면서 성적인 비속어가 많이 섞인 메시지가 온다. 그 글을 올린 사람도 알 수 없었다. 5년전에 겪은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우울증에 수면제를 먹고 있다. 그들은 일상생활 하면서 잘 살고 있겠지만 내 인생은 망쳤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굴까. 제작진에게 예상치 못한 전화가 걸려왔다. 스무살때부터 소라넷을 이용했다는 제보자는 자신이 소라넷에서 '야노'라는 닉네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라넷이 없어지면 다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생각이다. 조심하세요 저같은 남자 많아요"라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는 "20살때는 그냥 뒷모습을 찍었다. 처음 가입을 하면 바로 활동을 할 수 없고 인증을 해야하는데 알몸이 됐든 성적인 사진을 올리면 작가 인증을 해준다. 그러면 정회원이 된다. 가장 으뜸으로 쳐주는 게시물은 골뱅이녀 다. 그건 무조건 높은 등급의 작가로 쳐준다. 저도 경험이 많다.나이트에서 여자를 만난후 초대남을 초대하고 여성의 사진을 찍어올리기 전에 아가씨 몸에 흔적을 남겨야한다. 그리고 사진 찍고 나가면 된다. 다음날 소라넷에 그 아가씨의 사진이 올라온다"며 상세히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위에 어떤 분석을 내놓았을까.
이수정 교수는 "동의한 사람들끼리 일종의 스와핑 같은 일탈 행위를 하는 사이트로 알고 있었는데, 소라넷은 결코 동의를 전제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건 거의 범죄다. 성범죄에 해당하는 것들이 상당히 많고 골뱅이가 갖고 있는 여성 비하적 의미가 키워드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공통점이 '모를거다'라는 거다. 경찰이 나를 잡지 못하면 나도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고 고통이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자신도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이렇게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성행위를 하는 것을 우리는 준강감이라고 그럽니다 형법상"이라고 말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 전문가는 "피해자를 같은 인격체로 보지 않는거다.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삼고 있다. 걸리지만 않는다면 괜찮다는 생각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범죄 행위의 수도 많고 가입자도 많고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본다면 조직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고요. 그래서 특수 성범죄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대대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서 소라넷 전반에 대한 수사를 실시하고 그 다음에 법적인 것들은 좀 더 차분하게 정리하는 그런 접근 방식으로 해야지 처음부터 아예 그런 수사나 입증이 어려운 이거를 가지고 아예 착수조차 안 하고 있는 상태가 오히려 범죄를 계속 더 조장시키고 있고 '처벌이 안 돼, 우리는 처벌될 수 없어'이런 식으로 자꾸 더 강화시켜 주는 거죠"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이수정 교수는 "이 문제를 남자와 여자 간의 문제라고 인식을 하는 분이 만약 계신다면 그건 아주 잘못된 인식이라고 저는 생각이 들어요. 이거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지금 이런 종류의 범죄에 노출되는 모든 남성, 여성 피해자들 그리고 취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 자체가 사실 만들어져야 되는 것이지 이거를 강건한 여성들의 주장이다 라고 취급하는 순간에 사실은 모든 사람들을 위험에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며 문제를 보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 심각성을 함께 공유하고 소라넷에서 이루어지는 범죄에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처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