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이 병에 잘 걸리고 빨리 늙는 이유는 호르몬 분비 불균형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Medcial Research Council)가 1946년부터 남녀 1천8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호르몬 균형이 크게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건강·노화연구실의 다이애나 쿠 박사는 조사결과를 분석해, 사회경제적 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60~64세에 이르면 '건강한 노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호르몬들의 균형이 크게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연간소득이 6천 파운드(약 1천45만원) 이하로 가장 낮은 남성은 3만 파운드(약 5천200만원) 이상인 남성에 비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0% 낮았다.
테스토스테론 부족은 체중증가, 근육감소, 골다공증, 우울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육체노동 일을 하는 아버지를 둔 여성은 아버지가 전문직업을 가진 여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1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테스토스테론이 지나치게 많으면 사춘기가 일찍 오고 불임과 다낭성 난소증후군 위험이 높아진다.
또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 insulin-like growth factor)의 수치가 낮았다.
교육자격증이 없는 여성은 학위를 취득한 여성에 비해 IGF 수치가 16% 낮았고, 남성의 경우는 8% 차이가 났다.
IGF가 부족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암과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커진다.
이밖에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사람들은 남녀 모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낮았다.
코티솔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부정맥이 원인일 수 있는 심계항진, 우울증, 불면증,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결과는 사회경제적 수준의 차이가 호르몬 분비 시스템에도 차이를 가져와 결국엔 건강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쿠 박사는 설명했다.
호르몬 분비는 생활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 불행한 일, 질병 그리고 운동부족, 영양부족, 흡연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또 불안한 미래, 자부심 결여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신체 시스템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실제로 가난은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류머티즘 질환, 정신질환, 출생 저체중, 영아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들도 적지 않다.
지난 11월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지역별 기대수명을 보면 빈민 지역의 기대수명이 부자들이 사는 지역에 비해 평균 8.6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and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