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의 글로벌 숨은뉴스 찾기] '구관이 명관', 산타랠리와 1월효과

입력 2015-12-25 10:07
수정 2016-01-09 08:50
길거리에 구세군과 캐롤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할 즈음이면 모든 사람들이 한 해 동안의 시름은 다 잊고 들뜨기 시작한다. 그러나 매년 이 맘 때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들 보다 더 흥분하는 사람들은 바로 투자자들이다.



그림 : 매년 12월24일~ 다음해 1월2일 Sensex 지수 상승률

출처 : 이코노믹 타임즈

그 이유는 바로 ‘산타랠리’ 때문이다. 이 산타랠리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26일 바로 다음날 부터 이듬 해 첫 2거래일 동안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꽤나 오랫동안 증시역사를 통해 증명돼 온 ‘통계와 과학사이’의 테마였다.

근래 이 같은 산타랠리의 효능은 심지어 2008년 리만브라더스 파산이 불러온 금융위기 당시에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크리스마스 주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선행매수에 들어가는 투자자들이 등장하면서 산타랠리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표 : X = 크리스마스(12월25일)

출처 : Seeking Alpha

이어서 월가에는 ‘1월효과(January Effect)’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미 증시격언 ‘As January goes, so does the market(증시, 1월을 보면 1년을 안다)’에서 착안한 테마로 그 해 1월 증시가 좋으면 한 해 증시상승률도 동조한다는 것으로 그 해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연초인 1월에 체리픽킹(수익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저가에 주식을 매수하는 것)을 부르는데서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자료 : 1월 증시 vs. 한 해 증시(1950~2013년)

출처 : Hanlon Analysis · Yahoo Finance

이처럼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는 1월효과는 이제 국내외 투자자들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다우지수 기준으로 지난 100년의 증시역사상 12~1월 증시 상승률은 2.87% 로 연중 최고의 2달을 나타내고 있다. 오일쇼크가 포함된 최근 50년간 · 그리고 닷컴버블과 서브프라임 사태가 들어있는 20년간의 통계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이 산타랠리가 나오지 않았던 1999년과 2007년 이듬해에는 각각 닷컴버블 붕괴 · 서브프라임 사태 같은 ‘재앙급’ 악재가 출현하는 등 월가에서는 산타랠리가 모습을 감춘 증시는 그 다음 해 큰 폭의 하락장이 뒤따른다는 ‘징크스’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그래프 : 12월 첫 거래일 ~ 다음해 1월 마지막 거래일 다우지수 상승률

출처 : 비스포크 리서치

‘구관이 명관’ 급의 다른 예로는 대통령 임기테마가 있다. 4년 중임제인 미국의 대통령 임기와 증시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자료 : 美 대통령 임기 연차별 다우지수 성적

출처 : 英 마스터 인베스터

한국은 물론 저 멀리 월스트리트 금융사의 창구에도 다음과 같은 문구는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출처 : 마켓워치

하지만 평생을 금융시장에 몸담았던 고수(高手)들은 시장을 살아 움직이는 ‘생물(生物)’이라고 표현 한다. 생태계의 법칙에도 예외는 존재하듯 때로 과학이나 이론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심리일 수 있다. 비록 ‘산타랠리’라는 표현도 우연히 한 시장참여자에 의해 장난처럼 붙여진 것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또 현실에서 증명된 후 이를 따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일종의 ‘법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 라는 노래가사는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더 이상 연애사에 국한된 주제가 아니다. 얼마 전 도입된 한국거래소의 ‘풍문해명 공시’ 제도는 숫자와 팩트가 본질인 주식시장에서조차 사람들의 심리와 비이성적 반응이 얼마나 중요한 재료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희욱 한국경제TV 전문위원 hwkim2@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