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애 기자] 배우 유승호의 전역 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영화 '조선마술사'가 2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조선마술사’는 조선시대 최고의 마술사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면서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유승호가 맡은 환희는 조선 중기 실존했던 남사당패 얼른쇠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마술 실력으로 여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지만 어릴 적 받은 학대로 인해 내면의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그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청명(고아라)은 1636년 병자호란 이후, 전란에서 승리한 청나라가 정치적 볼모로 조선의 공주와의 결혼을 요구해 청나라로 떠났던 의순공주의 실화를 기반에 뒀다.
먼저 조선시대 마술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물랑루’라는 화려한 무대를 배경으로 한 영상미는 훌륭하다. 특히 코믹함과 진지함 사이를 오가며 ‘팩션’ 사극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끄집어내려 노력한 흔적도 엿보인다. 역사적 사실에 가상 인물과 상황들이 더해져, 진정한 사랑을 통해 운명을 바꾼다는 진부한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표현하고자 고민한 점 역시 눈에 띈다.
하지만 깊이와 웃음 둘 다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역사적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엉성한 스토리라인에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유승호의 전역 후 첫 스크린 복귀작인 만큼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유승호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특히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캐릭터가 가진 묵직함과 어린 감성은 조화롭지 못했고, 고아라와의 멜로 연기 역시 따로 논다. 심지어 유승호의 얕은 묘기와 제스처를 보면 ‘조선 최고의 마술사’라는 캐릭터 설명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말하자면 ‘체득’ 대신 ‘단순 암기’로 마술사를 흉내 낸 느낌에 가깝다.
물론 전문 마술사 특유의 여유라는 것이 몇 달 연습으로 쉽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하지만 배우 스스로도 어색하게 느끼는 듯한 연기의 연속에, 오글거림은 고스란히 관객의 몫이었다. 여기에 전개의 중심인 고아라와의 멜로 라인은 촘촘하지 못한 탓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가장 큰 줄기가 힘을 잃다보니 장면 구성, 대사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촌스럽게만 느껴진다. 나름 노림수였던 박철민의 ‘웃음유발’용 대사들이 치고 나오는 순간마저 조용한 관객석 분위기에 민망할 뿐이었다.
꽤 괜찮은 소재와 콘셉트를 ‘팩션’ 장르에 짜 맞춘 틀은 인상적이다. 제작발표회 당시 감독이 밝힌 "운명을 바꾸는 사랑이야말로 가장 신비한 마술"이라는 메시지 역시 명확하다. 하지만 기껏 비싼 재료를 모아 무색, 무미, 무취의 음식을 만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2월 30일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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