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박현주 회장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전략 M&A"

입력 2015-12-24 14:00
미래에셋의 M&A 성장 모델은 시티그룹
지난 2011년 미래에셋과 휠라코리아가 손을 잡고 세계 최대 골프용품 업체인 타이틀리스트 인수에 성공한 후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인수 뒷 얘기를 하며 박현주 회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

타이틀리스트 인수 제의가 들어온 후 미래에셋과 손잡기 위해 윤 회장이 박현주 회장을 만났을 때 박 회장은 타이틀리스트가 글로벌 1위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인수전에 뛰어들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이 인수전에 참여를 저울질 하고 있을 당시 글로벌 골프용품 시장은 과당경쟁으로 업황이 매우 악화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것. 이들은 승부수를 던져 아디다스 등 내로라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회사들을 제치고 승리를 따낸다.



"경쟁력 없는 회사를 아무리 합병해봐야 소용 없다. 국내일지라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M&A 하라"



미래에셋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KDB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의 연내 매각 계획을 발표한 후 미래에셋은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했다. 하지만 다른 참여자였던 KB금융지주와 한국증권과 달리 미래에셋에게는 끊임없이 인수전 참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따라다녔다.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고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1조원 규모의유상증자를 진행하자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는 빌미일 뿐 사실 자본확충이 목적이라는 의구심이었다.

결과론이 됐지만, 어찌됐건 미래에셋의 이번 대우증권 M&A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했다.

산은이 매각 공고를 내기도 전에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고 매각 공고가 나오자 상장사의 특징을 살려 인수자금 조달을 위한 1조원대의 유상증자에 돌입해 주주들을 설득했다. 본입찰에서는 최고가를 써내며 결국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특히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미래에셋이 꺼낸 든 1조원대의 유상증자 카드는 상장사의 잇점을 극대화 시킨 최고의 승부수다. 외부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증자를 통해 비용없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함은 물론 M&A 성공으로 누리게 될 과실을 주주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번 대우증권 M&A는 최고의 회사를 M&A 해야한다는 박현주 회장의 M&A 성장론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박 회장이 쓴 '돈은 꽃보다 아름답다'라는 책을 보면 이상적인 금융회사간 합병은 전문성에 바탕을 둔 합병이라고 적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증권회사도 마찬가지라며 국내에서 경쟁력 없는 회사끼리 아무리 합병해봐야 아무런 소용이없다. 비록 국내일지라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회사끼리 합치는 것이좋다"라고 썼다.

어쩌면 이 때부터 박회장은 국내 최대 증권사들에 대한 M&A를 마음속에 준비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후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전략 중 하나는 M&A"

박 회장은 금융업에 종사한 한 사람으로 자신이 후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전략 중 하나가 M&A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과 선배들이 일해 온 시대에는 창업주가 회사를 세우고 이를 키우는 것이 기업가 정신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야하는데 과거처럼 창업만으로 해결하려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은 M&A가 활성화되면 기업가 정신도 고양된다고 주장한다. 회사를 창업해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한 뒤 이를 매각하면 기업도 살고 창업자도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회사와 소규모 회사가 공존해야하며 그래야 인재들이 M&A를 통해 자신의 회사를 매각하고 또 다시 창업하는 M&A와 재창업의 선순화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박 회장은 또 "M&A하면 무조건 공격적이고 남의 회사 빼앗아온다는 생각은 세계시장 흐름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M&A에 대한 보다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미래에셋의 M&A 성장모델은 미국의 시티그룹

그렇다면 박 회장이 꼽는 최고의 M&A 성장 모델은 어딜까?

박 회장은 미국의 시티그룹의 M&A로 성장한 금융사의 좋은 모델로 보고 있다.



물론 시티그룹의 현재는 과거만 못하다. 하지만 미국 금융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딜(deal)로 불리는 보험사 트레블러스와 시티은행간의 합병은 물론 샌디 웨일 전 시티은행 CEO의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티그룹의 탄생 배경을 둘러보면 미 재무성 관료 출신인 사무엘 오스굿이 1812년 설립한 뉴욕 시티은행으로 출발한 시티코프와 샌디 웨일 전 시티은행 CEO가 1960년에 설립한 작은 증권사에서 출발한 보험사 트레블러스의 두축으로 돼 있다.

특히 박 회장이 주목한 인물은 샌디 웨일인데, 샌디 웨일은 1960년대 자신과 세사람의 파트너와 설립한 작은 증권사를 헤이든스톤, 시어슨하밀, 러브로즈 등의 잇단 인수로 키운 후 일부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매각하고 그 매각대금으로 보험회사인 트레블러스 인수해 사업 영역의 확대를 이룬다.

샌디 웨일은 트레블러스를 이용해 당시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살로만 브라더스를 97년 인수하고 그 다음해인 98년 시티은행 합병하며 지금의 시티그룹을 만들어 낸다.

샌디 웨일은 97년 살로만브라더스 증권을 인수한 후 시티은행과 합병을 성사시키기 전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과도 합병을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주 회장의 목표는 아시아 1등을 넘어 세계 1등





내년 상반기 이후가 되겠지만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를 마무리하고 합병까지 이뤄내면 미래에셋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증권사가 된다. 지난 1997년 IMF 이후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대우증권이 쇠락에 길에 접어들며 국내 증권업은 독보적 선두 사업자가 없는 시장이었다. 상위 5개 정도의 회사가 비슷한 규모와 이익을 내며 시장을 나눠먹는 상황이 20~30년간 유지돼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독보적 1위 사업자의 출연은 시장의 독식구조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증권사들의 치열한 싸움이 진행 될 것이다.

박현주 회장의 꿈이자 목표는 미래에셋을 아시아 1등으로 만드는 것이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아시아 1등이 목표인 이유가 그래야 세계 1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국내 1등은 이뤘으니 다음 목표가 남았다. 아시아 1등을 위한 다음 M&A 목표를 박 회장은 벌써 마음속에 새기고 있을 듯 하다.

<사족>



트레블러스와 시티코프가 합병하며 시트그룹이 만들어진 이후 시티그룹의 회사 CI는 씨티코프가 사용하던 파란색 바탕에 트래블러스를 상징하는 빨간 우산이 그려졌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을 인수하고 합병법인을 만들면 존속법인은 대우증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금 문제 등이 있어 덩치큰 회사를 존속법인으로 남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명은 또 다른 문제이니 다른 결정을 할 것이다. 물론 미래에셋이 자신들의 상호를 버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대우증권의 해외 등에서 쌓은 브랜드의 가치도 버리기에는 조금 아까운 면이 있다. 미래에셋은 어떤 결정을 할까? 새로 출발한 합병법인 CI에 대우증권의 존재감이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