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는 배우 윤형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뮤지컬이었다. 영화를 원작으로 뮤지컬로 재탄생한 뮤지컬 '바람사'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 원작을 기반으로 했다. 윤형렬은 '바람사'에서 남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해상봉쇄망을 뚫어 무역으로 재산을 축적한 인물인 레트 버틀러 역을 맡았다. 매력적인 레트로 변한 그를 한국경제TV MAXIM 취재진이 학동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치 뮤지컬 속 레트가 걸어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만큼 완벽히 레트 역에 녹아있는 그였다.
윤형렬은 레트 버틀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윤형렬은 "굉장히 눈치가 빠른 영민한 사람이다. 산전수전 다 겪어서 오히려 여유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나도 레트를 표현할 때 능글맞게 여유를 갖고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초연 때도 윤형렬에게 '바람사' 측은 러브콜을 보냈지만, 당시 다른 작품을 하고 있어 참여하진 못했다. 이번에는 시기가 맞고, 연출과의 인연도 있어서 레트로 변할 수 있게 됐다. 캐스팅된 배우 중 가장 어린 레트 버틀러지만 그가 없는 이번 공연은 상상도 못 할 만큼 해당 배역에 제격이었다.
#스칼렛과의 만남
윤형렬은 "스칼렛이 과부가 된 후 무도회에서 만났을 때, 그녀가 가장 사랑스러웠다"고 상대 배역 스칼렛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상 중이긴 하지만 무도회에서 춤추고 싶은 어린 소녀다. 그 흥을 주체 못 하고 드레스 밑으로 발은 춤추고 있는, 통통 튀는 소녀다움이 사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해당 장면은 영화에서도 실감 나게 표현돼 많은 '바람사' 팬들이 스칼렛에게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는 씬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또한, 윤형렬은 "멜라니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잘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곱게 자라서 힘들 법도 한데 잘 견뎌내는 것을 보며 억척스러운 면이 사랑스럽더라"고 전했다. 그는 상대 배역인 스칼렛에게도 완벽히 빠져있었다.
이번 '바람사'에서 김소현, 바다, 김지우가 스칼렛을 연기한다. 윤형렬은 "지우와 연기할 때 가장 잘 맞다. 동갑이기도 하고 둘 다 이 공연 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있어서. 연습도 제일 많이 했다"고 김지우와의 호흡을 자랑했다.
"실제로 스칼렛 같은 여자는 어떨 것 같으냐"고 묻자 그는 손 서리치며 고개를 내져었다. "하루도 못 만날 것 같다"는 반응. '바람사' 책을 쓴 작가 마거릿 미첼이 연개성있게 잘 표현했기에 다행이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스칼렛은 이해하기 힘든 여자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극 중에서 바람둥이 레트는 스칼렛에게 만은 지고지순한 남자다. 레트를 연기하는 윤형렬이 얼마나 이런 면에서 비슷한지에 대해 물었더니 "모든 남자가 그렇듯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지고지순해진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멍청하게 행동하기도 하고 순애보가 된다"고 본인의 연애스타일을 소개했다.
#뮤지컬계의 아이돌
윤형렬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뮤지컬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별명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부인했다. 그는 "나와 그들이 아이돌이라고 생각하는 정의가 다른가?"라고 센스있게 말하며 "부끄럽다. 더 열심히 해서 아이돌이 아니라 잘한다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이돌이라는 말은 칭찬일 수도 있겠지만 '깊이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깊이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이돌만큼 잘 생겼다는 표현으로 팬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일 터. 그는 선이 굵은 이목구비를 가져 이번 레트 역에 더욱더 잘 어울렸다. 레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신성우와는 또 다른 느낌의 레트 버틀러를 연출하기에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윤형렬 표 레트가 더더욱 인기 있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윤형렬은 '노테르담 드 파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두 도시 이야기', '셜록 홈즈: 블러디 게임', '더 데빌', '아가사' 등 다양한 뮤지컬 작품을 맡았다. 그중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꼽았다. 그는 "배우들의 가슴이 뭉클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유다'라는 배역이 드라마틱했고 노래는 어렵지만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해당 작품을 하며 원없이 노래하고 연기했다. 마지막에는 한 회 한 회가 아까웠다"고 당시 를 추억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무대 위에서 윤형렬은
맡았던 배역이 많았던 만큼 대사량도 많았을 거란 질문에 그는 "엄청 외운다. 초반에는 내 강박인지는 모르겠지만, 토씨 하나 안 틀리게 하고 싶었다. 그게 극본을 쓴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도 생각해서. 그런데 그렇게 하니까 관객들이 보기에는 너무 똑같은 공연만을 보는 것 같다고 해서 이젠 의미만 통하게 전달한다. 더 자연스러워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수 없이 매번의 무대를 완성해가야 하는 만큼 부담감도 커 보였다.
이어 그는 공연하며 발생했던 에피소드들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상대방이 대사를 그렇게 까먹어요"하며 힘듦을 토로했고, "일단은 책임감을 가지고 나라도 잘 하려고 노력한다"며 대처방법에 대해 덧붙였다. 역시 다작을 한 배우다운 노련미였다. 그는 "스텝들이 실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조명이 안 켜지거나 노래하는데 조명이 꺼지는 경우도 있었다. 와이어가 안 풀려서 사람이 다시 매달려 올라가기도 하고..."라며 과거를 회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두 도시 이야기'라는 작품을 할 당시에는 앰프가 꺼져서 바이올린 소리만 들렸는데, 박자도 코드도 모르겠어서 지휘자만 보고 노래를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마리앙뚜아네트' 공연 중에는 정말 중요한 대사를 하기 전에 화재 경보음이 울린 적도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항상 라이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인 만큼 사건, 사고도 많았지만 그는 그런 것마저도 즐기고 있었다. 역시 대가다운 여유로움이었다.
윤형렬은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기 전 앨범을 발매한 가수였다. 현재 그의 모습만 보면 다작의 뮤지컬 출연, 어린 나이에 꿰찬 주연 등 '금수저'처럼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부모님의 거듭된 반대에도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유명한 음악 가요제에 나가서 2번이나 수상을 하며 본인의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윤형렬과의 인터뷰 2편에서는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