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찜찜한 뒷맛 남긴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

입력 2015-12-23 00:00
수정 2015-12-23 08:48




이순우 전 우리금융 회장이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된다는 소식에 의아했던 건 아주 잠시였다. 알고 보니 연봉에 성과급 거기에 판공비까지 더하면 7억 원짜리 자리였다. 누구나 군침이 돌만한 자리다. 이 자리는 그동안 관피아들의 몫이었다. 회장은 기재부나 금융위 출신, 부회장은 금감원 출신이 맡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들어서면서 그 판이 깨졌다. 사실 관피아가 사라진 회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들이대지는 못했다. 여전히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디선가 누군가를 낙점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피아가 없으니 회장 찾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회장 공모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지난 10월 김종욱 전 SBI저축은행 부회장이 단독 출마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그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저축은행 경력이 2년 밖에 안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회추위는 이번만큼은 업계 출신의 회장을 뽑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러던 회추위가 오늘 이순우 전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저축은행 경력은 단 하루도 없는데 말이다. 공교롭게 같이 지원했던 박내순 전 한신저축은행 대표는 업계 경력만 11년이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관피아 사라진 자리를 너무나 부자연스럽게 꿰찬 배경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를 이순우 전 회장의 막강한 인맥에서 찾아본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이고, 황교안 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모두 성대 후배다. 여기에 최고 실세로 꼽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구고등학교 후배기도 하다. 평사원 출신의 이 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올랐을 때도 박근혜정부 실세와 가까웠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이 핵심멤버로 활동중인 '성금회'도 떠오른다. 성균관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서강대 출신의 '서금회' 못지않게 금융권에서 맨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끈끈하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기로 유명하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강원 우리카드 사장이 모두 성대 출신이다.



전직 금융지주 회장이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이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속된 말로 급이 안 맞는 특이한 경우임에는 분명하다. 회추위 관계자는 "업계의 훌륭한 분이 나서질 않는다"며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나서지 못할 상황이라는 걸 돌려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다른 금융업권과의 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다는 장점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저축은행들 사정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고금리 과잉대출을 조장한다는 비판 속에 특정 시간대 TV 광고를 할 수 없게 됐고, 법정 최고금리를 연 29.9%로 추가 인하하는 치명적인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순우 전 회장은 오는 28일 총회 투표를 통해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최종 선임된다. 물론 이변은 없을 것이다. 이미 상황은 종료됐지만 아무리 봐도 뭔가 찜찜하다. 여기서 드는 생각 "이럴거면 공모를 왜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