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입법절벽’에 빛바랜 금융개혁...금감원, 강 건너 불구경

입력 2015-12-22 14:10
수정 2015-12-22 18:07


오는 28일은 금융위원회 송년회 날입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하 금융위 고위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 한해 금융개혁 성과를 자축하고, 내년도 정책 비전을 공유하는 저리입니다.

그런데 금융위 공무원들은 이번 송년회 자리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해 온 금융개혁 성과가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입법 절벽으로 인해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 송년회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임시국회 마지막 날 잡혔다는 점도 아이러니합니다.

올해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대부업법을 비롯해 자본시장법, 은행법, 서민금융진흥원법, 전자금융거래법,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여신전문금융업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수 많은 금융개혁 법안들의 운명이 이날 결정됩니다.

이처럼 상황이 절박해지자 임종룡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지난 주말 금융위 고위 간부들을 모두 불러 입법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여야 의원들 설득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임 위원장 스스로도 어제 오전과 오후 두 차례나 국회를 방문해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애를 태우고 있는 금융위와는 달리 금융감독원이나 금융 관련 협회들은 느긋하기만 합니다.

금융투자협회만 유일하게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자본시장법과 기업구조조촉진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을 뿐, 다른 곳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금융위 공무원들만 국회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뿐 금감원 간부들이나 협회 직원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법언 통과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금융권 분위기가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하나만 예로 들면 올 연말로 일몰돼 사라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의 경우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내년부터 채권은행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이 난관에 봉착합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워크아웃 제도의 근거 법률인 동시에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등 다른 구조조정 수단에도 수 많은 조항이 준용되는 중요한 법률입니다.

당장 채권은행들과 함께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금감원 입장에선 이 법률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데,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채권은행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은행연합회 역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금융개혁 입법을 놓고 금융위가 ‘고립무원(孤立無援)’ 이 된 것은 금융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개혁의 파트너가 돼야 할 금감원은 금융위의 독주에 대한 반감과 이에 따른 피해 의식에 젖어 ‘복지부동(伏地不動)’으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와 제재, 감독 등 많은 업무분야에서 과거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이 같은 추세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금융위가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웅크리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입니다.

금융당국이 혼신을 다해 추진 중인 금융개혁이 추운 겨울 한파를 이겨낼 불씨가 되기 위해선, 개혁에 참여하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동의와 협조부터 먼저 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앞두고 열리는 금융위 송년회가 ‘금융개혁 혼연일체’를 자화자찬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동안의 부족함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