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티스의 승격으로 오랜만에 열리게 된 안달루시아 더비(출처: number1sport.es)
레알 베티스 vs 세비야 [12월 20일 04:30, 베니토 비야마린]
- 승격 첫 시즌 어느덧 중위권에 안착한 베티스
지난 시즌 세군다리가 우승을 차지하며 1부로 올라온 베티스는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순항 중이다. 15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승점 19위로 11위에 올라 있으며 7위 세비야와는 승점 3점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 승격 팀의 성공가도를 이끌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노장들이다. 승격 팀 베티스에게는 이적자금이 풍족하지 못했다. 따라서 자유계약이나 노장선수들을 싼 값에 데려오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도 유스 출신인 호아킨 산체스가 선수생활 마지막을 불태우기 위해 주급삭감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친정 팀에 복귀했고, 함부르크에서 센터백 베스터만, 한때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라파엘 반더바르트를 자유계약을 데려왔으며, 피오렌티나에서 후안 바르가스, 니스에서 디디에 디가르 역시 자유계약으로 데려왔다. 거기에 말라가로부터 포르티요를 저렴하게 영입하면서 비록 연령대가 높긴 하지만 저렴하고 알차게 이적시장을 마무리 지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공격을 이끈 영혼의 투톱 루벤 카스트로와 호르헤 몰리나 역시 각각 34세, 33세이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한 물 간 늙은 선수들로는 잔류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오히려 노장 선수들은 노련함을 바탕으로 약팀으로 분류되는 베티스의 팀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었고, 경기력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친정팀으로 돌아온 호아킨은 ‘그래도 아직은 호아킨’이라는 유행어를 다시금 일깨워주며 미드필드 진영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고, 수비라인에서는 자유계약으로 이적한 베스터만이 견고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팀 내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1부리그에서는 이제 통하기 힘들 것이라던 루벤 카스트로는 나이를 잊은 듯이 유난히 많지 않은 공격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8골이나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노장들이 주를 이루는 팀이기 때문에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로 경기력이 저하 될 우려가 크다. 지금까지 잘 해 주고 있지만, 확실하게 잔류를 확정 짓고, 더 나아가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 등을 통한 선수 보강이 절실하다.
특히 수비 위주의 경기운영으로 공격 기회가 많이 없는 상황에서 세트피스 골과 루벤 카스트로의 득점으로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득점력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루벤 카스트로에 대한 의존도 굉장히 크다. 팀이 리그에서 기록한 13골 중 8골을 루벤 카스트로가 득점했고, 2골 이상 득점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행여나 루벤 카스트로가 장기 부상을 당하는 경우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 영혼의 짝 호르헤 몰리나는 이번 시즌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이적해온 반 볼프스빈켈 역시 활약이 미비하다. 루벤 카스트로 나이가 34세인 것을 감안하면 시즌 내내 최상의 체력을 유지하기란 힘들 것이다. 따라서 다른 공격수들의 폼을 끌어올리던지, 겨울에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하던지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수비진의 줄부상 속에서 수비와 허리를 오가며 좋은 활약을 보여준 크리호비악 (출처: francefootball.fr)
-시즌 초반 헤매던 세비야, 드디어 갈피를 잡았다.
시즌 초반 리그 5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세비야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힘을 내지 못하면서 부진하고 있었다. 다행이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를 리그에서 잡으면서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최근 6기에서 5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게 된 세비야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열심히 선수보강을 하며 야심차게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했다. 거의 완벽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면서 챔스와 리그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핵심 선수들의 이적, 시즌 초반 수비수들의 부상 등과 이적생들의 적응 문제 등으로 좀 처럼 세비야 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더블스쿼드에 로테이션을 중시하는 에메리 감독 특성 상 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인한 체력 문제가 크게 작용하진 않는 것 같았지만, 유로파리그와는 다르게 엄청난 강팀들을 조별리그부터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적지 않게 있었고, 강팀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과 더불어 패배로 인한 사기저하 등의 여러 문제가 세비야에게 겹쳐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행이 부상 선수들의 복귀에 이어 이적생들이 적응을 하기 시작했고,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상승세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조별리그 4위로 탈락의 위기에 처했던 세비야는 마지막 경기에서 유벤투스를 잡으면서 3위로 유로파리그 행을 확정 지었다. 챔피언스리그는 아쉽게 됐지만 자신들의 주 무대로 돌아와 3연패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실점이 많은 것이 흠이었지만 최근 6기 동안에 단 1골만을 실점하면서 카히수, 파레하가 없는 상황에서도 수비 안정화까지 이뤄냈다.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기록하며 많은 걱정을 자아냈던 세비야. 그러나 이제 자신들의 본 모습을 찾은,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해졌을지도 모르는 세비야가 앞으로 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해 볼만 하다.
▲ 베티스의 희망은 루벤 카스트로 발끝에 달렸다. (출처: videodelbetis.com)
- 최근 안달루시아 더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세비야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을 대표하는 두 팀의 대결. 안달루시아 더비라고 칭하는 이 더비가 오랜만에 열리게 됐다. 베티스가 강등 당하는 바람에 1년간 성사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더비에서는 세비야가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는데, 최근 10년간 두 팀이 치른 18경기 중 베티스가 승리한 경기는 단 4경기 뿐이다.
전통적으로 강한 세비야는 최근 경기력 역시 너무나 좋기 때문에 베티스에게는 굉장히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베티스는 공격 기회를 많이 만드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적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자신들의 장점인 세트피스 공격을 노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세트피스가 굉장히 강하고, 최근 6경기 1실점의 세비야에게 통할지는 의문이다.
객관적 전력의 우세와 최근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세비야의 우세를 예상한다.
결과예상: 세비야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