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일본과 중국의 '혼네(本音)'와 한국의 육십룡(六十龍)

입력 2015-12-17 09:36
수정 2015-12-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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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최근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육룡(六龍)이 아니라, 길 잃은 육십룡(六十龍)이 여의도를 나는 판국이다. 내년 4월에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새판 짜기에 나서려는 모습이지만, 민생입법은 외면한 채 계파싸움에만 연연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육룡이 나르샤'라는 TV드라마가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여말(麗末) 선초(鮮初)의 정치적인 대격변기에서 당시 정치인들이 전개했던 국가건설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스토리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넘어가는 시기의 보수진영(여당) 대표주자는 정몽주(鄭夢周)와 최영(崔瑩), 이인임(李仁任)이었다. 그 반대편의 진보진영(야당)은 이성계(李成桂)와 정도전(鄭道傳), 이방원(李芳遠)이 주도했다.

고려 보수진영의 통치이념은 불교적 가치관에서 나왔다. 당시 조정은 불교 대승을 국사라 하여 왕의 자문자로 대우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유교를 국가통치의 기본이념으로 삼고자 했다. 기득권 세력이 백성을 위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신돈(辛旽)이 추진한 6년 개혁정치가 퇴색함으로써 진보진영의 논리가 서서히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이야기를 비약해, 여기서 한 가지를 가정을 해보자.

평화헌법을 개정한 일본이 항공모함을 이끌고 와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 하여 당장 넘겨달라는 것이다... 아니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의 중국이 제주남쪽 이어도를 자기들 영역이라 하여 전투기를 발진시켜 접수하겠다는 것이다.

자...!

이 같이 군사적인 충돌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극한 갈등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가정할 때, 현재 국회에 마주한 여당과 야당은 과연 어떤 대응논리를 내세울 것인가?

고려 말에 위 가정법과 비슷한 상황이 실제 발생했다. 중국 명(明) 나라가 철령(현재의 함경도 안변지역. 원산 바로 남쪽이다) 이북의 함경도 고려영토가 원래 자기들 땅이었다면서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경비대를 주둔시키고, 중국이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과 같이, 명나라는 철령에 '철령위(鐵嶺衛)'라는 관청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하여 직접 다스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협박해왔다.

14세기 말 원나라를 북방으로 몰아내고 중원을 회복한 명나라가 고려의 땅을 욕심낸 것이다. 원(元)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자 고려의 발목을 잡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명(明)의 군사적 압력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과 군부세력인 최영 장군은 요동정벌을 주장하고 나섰다. 명의 고려 침략기지인 요동을 직접 타격하자는 말이었다.

반면 야당과 계열 군부세력인 이성계 장군은 그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 이유가 바로 이성계의 4대 불가론이다.

첫째는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거슬려서는 안 된다. 둘째는 여름철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셋째는 온 나라 군사를 동원하여 북방 정벌에 나서면 그 틈을 노려 남방 왜구가 쳐들어 올 것이다. 넷째, 장마철이라 활에 먹인 아교(활을 고정시키는 접착제)가 풀리고 군사들이 전염병에 걸릴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최영의 4대 반박논리는 이랬다.

첫째 명나라가 크다고 하지만 북쪽 원나라와 준전시상태이므로 요동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둘째 요동의 방비가 매우 허술하다. 셋째 요동은 매우 기름진 땅이므로 여름에 공격하면 가을에 충분한 군량을 얻을 수 있다. 넷째 명나라 군사들은 장마철에 싸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요동을 쳐서 땅을 되찾을 때는 바로 지금이다.

최영은 1388년 명나라가 실제 철령위를 설치하려 하자 요동정벌을 계획하고 출정했다. 하지만 이성계가 위화도서 회군함으로써 요동정벌의 대망(大望)은 좌절되고 만다. 결국 고구려의 옛 땅을 회복하겠다던 최영은 경기도 고양, 충청도 충주 등 귀양지를 떠돌다 1388년12월 개경 감옥에서 죽게 된다.

거룡(巨龍)이 떨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조선은 명나라를 사대하는 이성계의 육룡(六龍)이 날게 됐다. 세종 때 간행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의 용 여섯 마리 실상은 목조(이성계의 고조부), 익조(이성계의 증조부), 탁조(이성계의 조부), 환조(이성계의 아버지), 태조(이성계), 태종(이성계의 아들 이방원) 등이다.

일본이 2003년부터 NHK를 통해 역사드라마를 많이 방영하고 있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전국시대 영웅들을 심도 있게 다루며 자국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2차 대전에서 패한 일본인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일본의 삼국지 <대망(大望)>이 쓰여 졌다고 한다면, 최근 일본의 역사인물 등장은 어떤 배경인지 궁금하다.

일본인들은 결코 본심, 즉 '혼네(本音)'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쓰나미가 와서 가족이 죽고 없어져도 결코 울고불고 악다구니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냉정함에 한국인들이 오히려 놀랬다.

평화헌법을 개정한 일본의 '혼네'와 천하제패를 노리는 중국의 대륙굴기(大陸崛起)를 봐야 한다. 지금 한국 정치판에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육십룡'이 날 때가 아니다. 한국판 <대망(大望)>을 써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배고프다고 하지 않는가.

<p style="margin-left: 80px">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