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희망퇴직 철회'에 속타는 두산인프라코어

입력 2015-12-17 17:20
수정 2015-12-17 19:27


신입사원에게까지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된서리를 맞은 두산인프라코어.

여론이 악화되자 박용만 두산 회장이 직접 나서서 2년차 이하의 사원에 대해서는 희망퇴직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원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회사가 취할 수 있는 비상 조치 가운데 하나지만,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희망퇴직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왜 벌어지고 있느냐를 살펴보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희망퇴직과 공작기계사업부에 대한 매각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작기계사업부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순매출액 9,599억원, 영업이익 839억원을 기록한 알짜 부문입니다.

인원을 감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기업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재무제표인데, 약 1,800명 정도의 공작기계 사업부에서 최소 수백명의 인력 감축이 진행 중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희망해온 공작기계사업부의 인수가는 2조원 이상. 그러나 잠재 인수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은 그 절반 선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은 두산인프라코어에 "인원 100명을 정리해 주면 인수가를 1,000억원 더 높여 주겠다"고 제의했습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1명당 10억. 고정비를 줄여 인수가격을 높이기 위한 담보를 사람으로 잡고 무리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굳이 줄이지 않아도 될 인원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은 박용만 회장의 즉각적인 신입사원 구제조치가 반증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신입을 포함한 희망퇴직이 정말 불가피하게 진행됐다면 아무리 오너라도 이를 일거에 뒤집을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사업부 인수가 유력한 곳이 이웃나라 중국으로 기우는 분위기도 감지되는데, 이는 또다른 우려를 낳습니다.

현재 두산의 희망 인수가에 가장 근접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는 곳은 중국의 기계업체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가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약 350개 기종은 국가가 지정한 '전략물자'로 분류됩니다.

자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국내 수급관리를 목적으로 수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특별히 정한 품목이 전략물자인데, 이것이 통째로 중국으로 넘어갈 우려도 있는 겁니다.

해당 중국 업체는 현장 실사도 생략하고 17일 경영설명회와 실무자 인터뷰를 거친 뒤 인수 금액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인수 절차가 비공개로, 일사천리 식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기술만 넘겨주고 이른바 '먹튀'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기우에 지나지 않기를 바라는 게 더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나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8일까지 희망퇴직 절차를 완료하고, 공작기계사업부는 이르면 다음주 안에 새 주인을 찾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