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12시 루시드폴이 7집 '누군가를 위한,'을 공개했다. 지난 6집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7집에는 2년간 그가 살았던 모습, 많은 변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15일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열린 라운드 음감회에서 그를 만났다.
# 정성 가득, 루시드폴의 기록
이번 앨범은 그동안의 앨범과 다르다. '多곡多품'이다. 무려 15곡이나 수록됐고, 그 외에도 동화책, 엽서, 직접 키운 귤까지 포함됐다. 수록곡 중 5곡은 그가 직접 글을 쓴 동화를 위한 사운드트랙이다. 원고지 160매 정도의 중편동화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 본인이 재배한 귤까지 들어있다. 그는 "내가 잘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노래 그 이상의 것을 주고 싶었다"며 노래로만 꾸리기도 벅찼을 7집을 내실 있게 꽉 채웠다.
지난 6집부터 그는 본인 앨범을 홀로 프로듀싱하기 시작했다. 6집 발매 당시 "내가 만든 최고의 앨범이다"고 말한 바 있지만, 그는 그 말을 번복했다. 루시드폴은 "당시 뻔뻔하게 어떻게 그런 말을 했나 모르겠다. 사실 이번 7집이 더 최고다. 내가 6집보다 프로듀서로서 더 성장했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앨범을 기획할 당시부터 가장 고음질로 녹음하고 싶었다는 그는 전 과정을 24bit/96kHz 혹은 32bit/96kHz로 녹음, 믹스했고 일본에서 작업을 하기도 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 영국 옛 포크 음악에서 오는 투박함을 담고 싶어 기타도 여러 가지 바꿔가며 녹음했다.
# 돌연 제주도행, 그 후 루시드폴은?
6집 앨범 발매 이후 그는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실제로 실천했다. 제주도에 정착해 농사짓고 감귤을 재배하며 농부로 살며 7집을 준비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위장병도 걸리고 목 디스크도 더 심해졌다는 루시드폴은 "정말 힘들었는데, 또 너무 행복하기도 했다"며 지난 과정을 함축해 말했다. 음악도 전작보다 1.5배 많아졌고 편곡에도 욕심을 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동화책까지 만들어 디자인, 교정 작업을 하는데도 시간을 할애했다. 무엇보다 최근 핫했던 '홈쇼핑 컴백 쇼케이스'에 판매될귤을 일일이 다 포장했다. 그는 "매니저랑 집에서 귤이 터지나 실험해보기 위해 박스를 이리 던져보고, 저리 던져봤다. 또 뽁뽁이를 2겹 할지 3겹 할지를 가지고 회의도 했다. 이제 뽁뽁이라면 쳐다보기도 싫다. 우리집 보온을 위해 붙여둔 것까지 모조리 떼어내 포장했다.이번 앨범은 누구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한 게 아니라 내가 다 한 거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가 제주도에 가서 살지 않았더라면, 또 이런 정성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팬들은 풍성한 7집을 맛보지 못했을 거다.
# 홈쇼핑 컴백, 그 비하인드 스토리
그는 11일 금요일 새벽 2시 CJ 오쇼핑 채널에 소속사 식구들을 모조리 데리고 나와 생방송으로 음반을 판매했다. "말로는 대중들을 웃길 자신이 없었다"며 직접 귤 모자를 착용하는 노력까지 보였다. 동화책, 엽서, 귤로 구성된 1,000개 한정판 앨범은 단 9분 만에 매진됐다. 앨범 발매 전 소속사 식구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고, 7~8개 홈쇼핑 회사에 요청했지만 "실질적 매출이 안된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CJ오쇼핑에서 그 뜻을 펼칠 수 있게 됐고 '진심'은 통했다. 루시드폴은 당시 방송을 회상하며 "모두가 홈쇼핑에서 앨범을 팔아본 것은 처음이라 우왕좌왕했다. A/S를 누가 할 것이며 원산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일의 양은 아마 음악적인 일의 한 10배는 더 될 것이다"며 기쁨의 투정을 부렸다. 팬들에게 주고 싶은 건 모조리 담은 이번 앨범은 그에게도, 팬들에게도 '선물' 그 자체다.
# 아직, 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아직, 있다'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모티브로 쓴 곡이 아니냐'는 질문에 루시드폴은 "그 곡을 쓸 때 정말 많이 울었다. 무엇을 모티브로 썼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해석을 열어두고 싶다"며 답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본인이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대중들이 '공감'을 하든 '비난'을 하든 자유롭게 해당 앨범에 대해 해석하기를 원했다.
내년에는 신품종도 키우며 농사만 열심히 하고 싶다는 그는 이번 7집을 통해 '따뜻함'과 '풍성함'을 대중들에게 선사해줬다. 7집에서도 그의 음악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갑자기 댄스 음악을 하지도, 패션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도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대신 그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더했고, 본인의 음악스타일은 고집스럽게 지켰다.꽉찬 '루시드폴'의 7집으로 팬들의 추운 겨울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7집 '누군가를 위한,'은 바로 당신을 위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