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작은 마을 '아치아라'. 그곳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이고 비밀스러운 일들. 그곳에 극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김혜진이 있었다. 아직도 김혜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장희진은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끝난 후 "사실 좀 많이 아쉽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쉬움은 작품을 잘 끝내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라 너무 잘 끝낸 것에서 비롯된 것. 그는 생각했던 것보다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더 여운이 남는다고 말했다.
<p>◆"김혜진에게서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p>
장희진이 항상 작품 속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몰입도에 따라서 다른데 김혜진이라는 캐릭터가 사연도 많고 슬픔도 많은 캐릭터이다 보니까 더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유독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장희진에게 김혜진이라는 캐릭터는 특별하다.
그녀는 "사실은 마을의 김혜진 같은 신비로운 이미지가 맘에 든다. 청순하면서도 팜므파탈적인 면이 있다. 한 인물에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캐릭터를 만나기 어려운데 다행히 저한테 이런 행운이 와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장희진이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사실 캐릭터 때문은 아니었다. '케세라세라', '사랑도 돈이 되나요' 등을 쓴 도현정 작가를 좋아했다는 장희진은 그의 작품이라는 이야기에 '아치아라 마을'을 선택했다고 한다. 또 공중파에서는 장르물이 잘 시도되지 않는 데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처음엔 아주 작은 역할이었고 끝까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김혜진의 분량은 점차 늘었고, 극의 전개를 이끌어가다시피 했다. 김혜진은 주로 회상 장면에서 등장했다. 이 부분을 말로 풀어갈지 회상 장면으로 풀어갈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회상으로 전개되어 김혜진의 비중이 늘어난 것.
◆김혜진에게 애착 가는 이유
김혜진의 비중이 커지면서 방송 후에는 유독 장희진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봤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귀신 분장에 유독 관심이 쏠렸다. 김혜진 분장은 스태프의 엄청난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조명, 카메가 감독이 애정을 갖고 촬영했다는 후문. 그 덕은 고스란히 장희진이라는 배우가 봤다.
하지만 아름답게 보이는 분장만으로 장희진이라는 배우가 재평가 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김혜진. 그녀는 대사보다는 주로 표정으로 그만의 슬픔을 전달했다. 이런 감정 연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장희진 역시 이 부분이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저의 표정이나 대사 하나가 단서가 되고 극 전체를 흔드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에 비해 생각도 많이 하고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김혜진에게 더 애착이 가는 이유를 "친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한 김혜진이 안타까워서"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상황은 김혜진과 정 반대다. 그는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주변에 친구들도 많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정 반대 입장인 김혜진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그녀는 "김혜진의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슬프더라. 김혜진에게 공감하면서도 이 상황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통 배우들은 실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 더 자연스럽고 빛이난다. 캐릭터의 이해도가 낮다면 자신과 정반대의 인물을 이처럼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없었을 것. 캐릭터에 공감하는 능력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최고의 명장면은 함께 만들었다"
장희진이 생각하는 명장면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녀의 답은 의외였다. 보통은 자신이 나오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는데 그녀는 매회의 엔딩신을 꼽았다. 그녀는 "보통 드라마 엔딩은 주인공이 장식하는데 우리 드라마는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엔딩을 장식했다. 또 엔딩신이 모두 반전이 있고 중요한 장면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엔딩 장면을 저렇게 잘 뽑느냐는 얘기를 많이 해주신 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많이 회자된 이 드라마의 명장면을 말하자면 장희진과 신은경의 격투신이다. 실제로 본 장희진은 여리여리한 몸매에 '톡' 치면 '툭'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튼튼하다며 체력관리를 꾸준히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장면에서는 한 사람만 잘해야 하는 게 아니고 둘의 합이 중요했다. 저 같은 경우는 액션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위험할 수 있었는데 신은경 선배가 능숙한 액션으로 리드해주셨고, 거기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해당 장면을 위해 여러 번 찍었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경제 TV MAXIM 윤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