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기자]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이를테면 '방국봉', '지화자' 등. 듣는 순간 뇌리에 냅다 꽂히는 독특한 이름들이 분명 존재한다. 아이돌이라고 다를쏘냐. 우후죽순 나오는 아이돌들 사이에서 대중에게 각인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 지금 여기, 바로 그런 아이돌들이 있다. 아이돌 그룹명은 예뻐야만 한다고? 아니다. 아, 아니, 아니었다.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 그룹명: 풍뎅이 (뜻: 바람을 몰고 다니는 귀염댕이)
멤버: 빨강, 파랑, 노랑
소속사: 도마엔터테인먼트
데뷔: 2013년 싱글앨범 [알탕]
최근 앨범: 2015년 10월 싱글앨범 [삐삐빠빠]
그룹명 '풍뎅이'.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만든 그룹일까 고민하지 말자.
데뷔곡 '알탕'의 노래 가사다. '내 대구서 기차타고 온거 알제 한껏 기대 부풀어가 온거 알제. 가시나 니만 믿는데이 오늘 날 잡았데이 저기 저짝에 머스마 보이나'. 확실히 미취학 아동을 타겟으로 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끝이 아니다. '배추보쌈'의 가사다. '풍뎅이가 좋아하는 배추보쌈. 배추보쌈 hey. 배추보쌈 hey' 순수할 줄 알았지? 아니다. '사내 머시마가 뭐 이리 약하노. 입만 살아가지고 말만 강하노. 자신없는 소리할거면 쌈 싸 묵그래이' 쌈 싸먹으란다. 확실히 머리에 피 좀 마른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그룹이 맞다.
데뷔는 2013년. 신인은 아니다. 최근 10월에는 미니 앨범 '삐삐빠빠'로 또 한 번 나온 바 있다. 그룹명도, 멤버명도, 노래도, 가사도, 무대도 모든 것이 너무 특이해서 뭐부터 기억해야할지 혼란스러운 이 그룹은 사실 꽤 중독성이 있다. '크레용팝'이 떴는데, 이 친구들은 왜 안 떴는지 의문이 들 정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취향이지만, 이 친구들을 그렇게 봤다간 후회벌레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들의 노래는 '新노동요'로 탁월하다. 금요일 밤, 유흥가에 어쩐지 나만 쭈글한 것 같다면? 이 친구들의 노래를 듣자. 당당보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여자 DOC'라는 타이틀은 버리길. 그 자체로 매력있으니 말이다.
아름다운 미모는 덤이다. 아이돌임을 잊지말자.
★ 최신 소식: 12일 광진구에서 팬클럽 '장풍(장수풍뎅이의 줄임말)'과 함께 팬먹팅을 개최했다. 이날 개최된 풍뎅이의 팬먹팅은 이번이 두 번째. '김밥KING'에서 준비한 김밥과 더불어 다양하고 푸짐한 음식들을 팬들과 먹었다는 후문.
▲ 그룹명: 소나무 (뜻: '한결 같은 생명력이 있는 음악을 하겠다', '음악으로써 바른 메시지를 전하겠다')
멤버: 수민, 민재, 디애나, 나현, 의진, 하이디, 뉴썬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데뷔: 2014년 EP 앨범 [Deja Vu]
최근 앨범: 2015년 7월 [CUSHION]
드디어 아이돌 그룹명에도 십장생이 등장했다. 아아.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여.
이름이 독특한 그룹일 수록 데뷔 앨범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룹명의 뜻을 담기 위해 앨범 속에 영혼을 갈아넣기 때문. 데뷔 앨범 [Deja Vu]에 담긴 곡들이다. 타이틀곡 'Deja Vu' 무난하다. 'Love call' 무난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괜찮다. 그러나 아직 방심하긴 이르다. '국민 여동생' 그렇다. '가는 거야' 그렇다. 그룹 소나무의 목표는 '국민 여동생'이었던 것.
'국민 여동생'의 가사를 보면 '앙큼한 Your Girl Friend. I Wanna Be With U 국민 여동생'. 여자친구도 되고 싶지만 국민 여동생도 되고 싶은 속내가 핵직구처럼 담겨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앨범 'CUSHION'의 타이틀곡 'CUSHION'에는 이런 가사도 있다. 'He's like cushion 넌 마치 물침대 말랑 말랑 말랑거려 신기해' 곰돌이 같은 삼촌팬들의 심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촉은 돌인 듯 하다.
그룹 소나무는 데뷔 당시에도 독특한 이름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재치 있고 독특한 매력의 그룹 '풍뎅이'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것. '걸스힙합'이라는 콘셉트로 당당하게 걸그룹 명맥을 잇고 있는 소나무는 청순함과 섹시함까지 겸비했다. 이로써 걸그룹 계보의 어디든 쏙쏙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됐다고 볼 수 있으니, 걸그룹 명맥을 좌르르 이어가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그러므로 새로운 국민 여동생을 찾는 자 있다면 고개를 들어 소나무를 보게하라! 거진 다 갖춘 이 그룹에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빠'만 바라보다가 '여덕'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걸그룹의 성공 기반에는 언제나 여덕이 있는 법인데, 5000명 팬클럽에 '언니'를 외치는 여덕군단을 더욱 열정적으로 맞이해본다면 어떨까. 물론 동참 의사 있다. 소나무, 팬클럽 솔방울이 깔아주는 뽀송한 꽃길만 걸으새오. 두 번 걸으새오. 열 번 걸으새오. 계속 걸으새오.
한 귀여움 한다.
★ 최신 소식: 지난달 25일 '2015 한류중심어워즈'에 참석해 무대를 꾸몄다.
▲ K-MUCH(케이머치/가물치) (뜻: 치열한 가요계에서 살아남아라)
멤버: 큐, 보너스, G. LOW, 아토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
데뷔: 2014년 미니 앨범 [Beyond The Ocean]
최근 앨범: 2015년 11월 싱글 앨범 [Tie My Hands] 활동 中
걸그룹에 자연주의 현상이 도드라졌다면 보이그룹에는 민물고기계를 평정한 독보적인 그룹 '가물치'가 있다. 독특하다. '가물치'. 이들은 최근 1년 10개월 만에 컴백했다. 'K-MUCH(케이머치)'라는 멋진 이름으로 돌아왔지만, '가물치'라는 본래 그룹명의 임팩트가 너무나 강하다.
마치 배우 류수영 씨의 본명 '어남선'처럼 숨겨둔 본명 같은 '가물치'는 어쩐지 자꾸 불러보고 싶다. '케이머치'라는 멋진 이름으로 바뀐 것이 다소 아쉬울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정말 엄청난, 대단한, 장난 아닌 임팩트였기 때문. 의미도 그럴싸했다. 비록 '가물치'는 민물고기일 뿐이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잘 살아 남을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지구력을 가지고 있다'는 그래도 꽤 괜찮은 습성의 끈기 있는 민물고기였기 때문.
그러나 그룹명의 변화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을까. 데뷔 앨범명 마저 'Beyond The Ocean' 이다. 앨범 수록곡 '나 어떡해'와 타이틀곡 '뭣 모르고'는 절묘한 순서의 조화를 이루어 그룹명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표현하는 것만 같다. 이어 한 달 뒤에 공개된 '나 어떡해 part.2'를 끝으로, 이들은 '케이머치'가 되었다는 오묘한 소식.
그러나 '케이머치'라는 그룹명이 한결 잘 어울리긴 한다. 왜냐고? 여기서 우리는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꺼진 그룹도 다시 보자'는 명언. 제국의 아이들의 독특한 콘셉트를 벗어 던지니 비로소 발견된 임시완(과 잘생긴 친구들). 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곳에도 바로 그런 친구들이 있기 때문. 이들은 최근 컴백 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니 눈여겨 본다면 안구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케이머치, 팬클럽 이름은 쏘머치. 가물치 버리지 마시치. 아쉽치.
이 분들 컴백하셨답니다~
★ 최신 소식: 11일 KBS2 '뮤직뱅크'에서 신곡 'Tie My Hands' 무대를 펼쳤다.
독특한 그룹명 만큼이나 독특하고 개성있는 행보를 보이는 아이돌들. 수많은 아이돌들이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임을 알기에 이들의 앞날 또한 더욱 빛나길 기대해 본다. (사진=도마엔터테인먼트, TS엔터테인먼트, 크롬엔터테인먼트, K-MUCH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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