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의 글로벌 숨은뉴스 찾기] 왕서방, 미국 부동산 쇼핑 삼매경

입력 2015-12-11 07:20
수정 2016-01-10 09:56
‘비단 장수 왕서방’ 으로 시작하는 대중가요에서 알 수 있듯 중국부자는 뭔가 통이 크고 화끈한 이미지로 각인 돼 있다. 서브프라임 이 후 빙하기를 맞았던 美 부동산 시장은 지난 해부터 마침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는데 이는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뉴욕 · 캘리포니아 등 상권이 발달한 대도심의 호텔과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래프 : 中 투자기관, 美 지역별 투자

출처 : 월스트리트저널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임대소득을 노리는 것은 물론 美 부동산에 일종의 ‘예금’을 맡기듯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당국이 올 들어 위안화의 IMF SDR(특별인출권) 편입에 공을 들이는 과정에서 최근 경제지표둔화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외환보유고는 줄어들었고 또한 감시소홀을 틈탄 중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은 더 가속화 되었다. 결국 이 같은 자금들은 중국을 떠나 미국 부동산으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그래프 : 中 자금유출입 동향

출처 : 피치 신용평가社 · 뉴욕타임즈

최근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 부모들은 학군이 좋은 지역의 주택구매를 더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월28일자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올 해 미국에서 100만달러(11억8천만원)이상의 고급주택 구입자 14명 중 1명은 중국인이었으며 이들의 69%는 현찰로 주택을 구입했다고 전해지며, 30년만기 모기지 주택담보대출이 일반적인 美 부동산 시장에 ‘쇼킹한 손님’이 나타났다는 업계의 환호성은 과장이 아니었다.



표 : 美 부동산 해외구매자 현황

출처 : 뉴욕타임즈

왕서방의 미국 부동산 쇼핑은 1년 만에 두 배로 뛰었고 한 때 美 부동산업계의 ‘큰 손’으로 활약했던 캐나다는 패권을 중국에 빼앗기는 신세가 되었다. 우리나라 제주도 · 송도 등지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80년대 미국 부동산을 싹쓸이 하던 일명 ‘와타나베 부인(日 주부들의 해외재테크 수요)’ 들은 이를 보며 쓴 웃음을 짓는다. 1992년 2월21일자 LA타임즈에서는 한 때 캘리포니아 부동산을 쥐락펴락하던 일본 구매자들의 수요가 급감했다며 美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우려하는 글을 썼다.



그래프 : 부동산 버블 日 vs. 美

출처 : S&P-케이스쉴러

1988년 정점을 찍었던 와타나베 부인들의 美 부동산 투자는 1990년 130억달러, 1991년 50억달러 등 갑자기 말라붙기 시작한다. 이는 일본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디레버리지(자산대비 투자비중 감축)’의 일환이었고 결국 미국의 주택 경기는 와타나베 부인의 변심(?)으로부터 회복되기까지 약 7년의 시간동안을 누워 지내야만 했다.

마침 왕서방이 다시 美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것은 서브프라임 버블이 터진 직후 였으므로 ‘Bottom Fishing(저점매수)’ 차원에서는 중국상인 특유의 ‘동물적 감각’을 발휘한 것으로 보이나 일본의 사례를 봤을 때 결국 美 부동산이 중국경제 우려의 ‘인질’이 된 양상이다. 물론 과거 일본은 차입금(금융권 대출 등)을 이용해 美 부동산에 진출했고 중국은 자국내자금을 미국으로 분산투자 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이는 글로벌 G2 라고 불리우는 中 · 美 경제가 결코 서로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증거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다시금 ‘궁극적 안전자산’을 물색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낼 것이다.

김희욱 한국경제TV 전문위원 hwkim2@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