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주가 1만4천원대…유상증자 어쩌나

입력 2015-12-04 07:19
수정 2015-12-04 13:57


자본잠식 탈피를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2천억원의 증자 목표액을 채우려면 현 주가 수준에선 500%가 넘는 증자를 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주가가 1만4천원대까지 떨어진 탓이다.

구주 1주를 가진 주주들이 5주가 넘는 신주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자 성공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3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만4,400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1.77% 반등했지만 전날 5.67% 급락한 것을 포함해 이달에만 7.09% 하락했다.

주가가 1만4천원대로 주저앉으면서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인 1조2천억원의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성공에 대한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자비율이 높아진 탓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증자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주들의 증자 참여 유도를 위해 시가 대비 2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런 할인율에 따른 권리락 발생으로 증자 청약 시점에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1만4천원대 주가 수준에서는 500% 이상의 유상증자를 해야만 1조2천억원을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가가 1만4천원이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약 570%, 1만5천원이 유지된다면 약 500%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리락은 유상증자를 할 때 특정일(기준일)까지 주식을 보유한 사람만 새 주식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 이후 주식을 산 사람은 '권리(權利)가 떨어져(落)' 나가 없어지는 현상이다.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권리락 발생일에 증자비율과 기준주가, 발행가액 등을 반영한 일정한 공식에 따라 권리락을 계산하고 해당 기업의 주가를 인위적으로낮춘다.

해당 권리에 대한 주가 프리미엄을 없애기 위해서다.

유상증자의 최종 발행가액은 이런 권리락을 반영한 주가에 추가로 할인율을 적용해 청약일 직전에 산출된다.

이런 절차를 거치다 보면 최종 증자 발행가액은 증자 공시 시점보다 수십%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9월9일 주가가 3만9천원일 때 100%의 유·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권리락과 할인율(15%) 적용 이후 최종 증자 발행가액은 2만1,750원으로 결정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증자비율이 미래에셋증권보다 훨씬 더 높아 권리락도 더 커질 것이란 게 IB 업계의 추정이다.

주가 1만4천원 수준에서는 권리락과 할인율(20%) 적용 이후 최종 증자 발행가액은 약 5,200원, 1만5천원 수준에선 약 6천원에 머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발행주식수는 4천만주다.

만일 5,200원의 발행가액으로 1조2천억원을 증자하려면 약 2억3천만주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 평균 5.75주의 신주를 배정해야 가능하다.

증자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증자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 대표 주관(NH투자·한국투자)과 인수단(KB투자·KDB대우·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을 맡은 증권사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증자 후 대규모 실권이 날 경우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인수단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계속 하락해 걱정이 크다"며 "증자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이번 증자 규모를 줄이고 나머지는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추가 증자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