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당신은 지금 어떤사랑을 하고 있습니까? '베르테르'

입력 2015-12-04 00:00
수정 2016-01-10 09:54
"그냥 지금 이렇게 바라만 볼 수 있게 해줘요.."



(▲ 사진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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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고나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잔향이 남는 경우가 있다. 뮤지컬 '베르테르'가 바로 그렇다.

사랑에 설레고, 사랑에 웃다가 사랑에 죽는 베르테르. 그렇게 베르테르는 공연내내 각기 다른 주인공인듯 다양한 사랑방식을 표현한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한다.

젊은 베르테르가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다 결국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이다. 스포일러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목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니겠는가. 좀 매정할지 몰라도 이 공연은 당연히 비극으로 끝난다.

기자는 11월 21일 저녁공연 엄기준-이지혜-이상현 캐스팅과 28일 저녁공연 조승우-전미도-문종원 캐스팅 두 공연을 관람했다. 일부로 다른 느낌을 받고 싶어 심혈을 기울인 광클릭(?!)으로 캐스팅을 완전히 다르게 구성해봤다.

엄베르와 조베르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기자는 일단 조베르에게 1골 아니 1따봉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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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공연 끝나고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포토타임을 가져주는 조승우, 퇴근하고 몰디브 한잔?)

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조승우는 설명할 필요없는 탄탄한 연기력과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서 다져온 비극적 인물에 대한 표현이 이번 뮤지컬 '베르테르'에서도 나타났다. 손동작 하나하나의 디테일도 느껴지고, 뒷모습으로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엄베르를 절대 폄하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마시라. 조승우 공연은 2열, 엄기준 공연은 10열에서 봐서 조승우 공연에 좀 더 집중했기 때문에 더 감정이입이 쉬웠을수도 있다.

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 영상 : 베르테르가 롯데를 떠나려 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

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베르테르에게 사랑의 열병을 가져다 준 여자주인공 롯데 역은 전미도와 이지혜가 맡았다.

전미도는 얼마 전 끝난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에서 연기한 강하고 거친여성인 알돈자 역할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이번 베르테르에서 연기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의 역할은 아주 잘 소화했다. 본인에게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편안해보였다.

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 사진 : 전미도님의 싸인, 기자와 셀카를 찍었지만 '망셀카(?)'인 관계로 생략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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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혜도 지킬앤하이드에서 엠마역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아주 훌륭한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 나이도 아직 90년생이라 앞으로 여러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게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알베르트 역의 이상현 배우의 노래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중저음의 성악발성이 2시간 내내 귀를 정화시키는데,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 위주로 노래실력에 대한 호평이 줄을 잇는 듯하다.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역할을 맡았던 배우 문종원도 자베르와는 또 다른 고급스러운 매력을 뽐낸다.

베르테르는 전반부 아름다운 이야기로 흘러가다 후반부부터 베르테르의 슬픔과 절망을 보여준다. 후반부에는 다소 전개가 빨리 된다는 점은 아쉽다.

뮤지컬 '베르테르'를 관람예정인 관객이라면 이 이야기는 기억하고 가길..

베르테르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조용한 마을 발하임을 찾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라는 것. 이걸 알고 있으면 전체극을 이해하기 쉽다.

혹시 책까지 읽고 갈 시간이 있다면 베르테르에게 영향을 받는 '카인즈'라는 인물도 잘 알아두시라.

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 사진 : 11/21 19:30 공연 엄기준-이지혜-이상현 캐스팅)

홍헌표 기자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베르테르 공연은 지난 2000년 초연 이후 벌써 만 15주년을 맞았는데, 여전히 변치않고 관객석은 가득찬다.

극중 젊은 베르테르는 비극의 주인공이지만, 뮤지컬 베르테르의 성공은 희극으로 계속되길 바란다.

경고!!! 현재 짝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 뮤지컬을 볼 경우 마음이 많이 아플수도 있으니 '베르테르 효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할 것.

*베르테르 효과 :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연인 롯데에게 실연당한 뒤 권총으로 자살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책을 읽은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를 모방하여 권총으로 자살하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 나간 데서 붙여진 이름.

*롯데 : 최근 형제간의 다툼으로 홍역을 치른 롯데그룹의 창업자 신격호 회장은 실제 어린시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감명깊게 읽고, 그룹 이름을 ‘롯데’로 지었다고 한다.

잠실 롯데월드 1층에 있는 뮤지컬 전용극장의 이름은 '샤롯데(Charlotte)'인데, 작가 괴테가 실제로 사랑했던 친구 케슈트너의 약혼녀 이름이 샤를로테(Charlotte) 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