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기업인 하림그룹이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를 합병을 추진한다고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했다.
국내 3위 해운사인 팬오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인수구조로의 개편을 마무리하는 한편 2개의 지주회사가 기형적으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단일화하기 위한 것이다.
◆제일홀딩스는 우회상장 효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상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와 중간 지주사인 하림홀딩스를 합병하기로 하고 법률·회계자문사 선정 등 관련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 방식은 하림홀딩스가 제일홀딩스에 합병되는 구조로 하림홀딩스는 소멸법인, 제일홀딩스는 존속법인이 된다.
지금까지 하림그룹은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가 엔에스쇼핑 등 25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다시 그 위에 상위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가 하림홀딩스를 비롯해 팬오션, 선진, 팜스코 등 16개의 또 다른 계열사를 거느린 이중 지배구조였다.
합병작업이 마무리되면 하림그룹의 지주회사는 제일홀딩스 한 곳으로 통합되고 엔에스쇼핑, 주원산오리 등 제일홀딩스의 손자회사였던 하림홀딩스 계열사들은 자연스럽게 자회사로 지위가 바뀐다.
하림홀딩스가 코스닥시장 상장사여서 비상장사인 제일홀딩스는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림그룹이 이처럼 큰 폭의 지배구조 수술에 나선 계기는 지난 6월 1조원여를 들여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마련됐다.
상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가 인수주체로 나선 팬오션 인수과정에서 하림그룹은 하나대투증권과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3,900억원을 인수금융(M&A 자금대출)으로 조달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제일홀딩스는 인수 대상인 팬오션 주식과 자회사인 하림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담보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은행들과 체결한 인수금융약정서를 통해 올초 상장한 홈쇼핑 계열사 엔에스쇼핑의 보호예수 기간(2015년 9월27일 종료)이 끝나는 대로 담보주식을 엔에스쇼핑 주식으로 바꿔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하림홀딩스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걸림돌이 됐다.
제일홀딩스가 손자회사인 엔에스쇼핑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코스닥 상장사이자 자회사(엔에스쇼핑의 모회사)인 하림홀딩스의 경영진이 배임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법리 검토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로 합병 시점은 유동적
법적인 장애물을 피하기위해 하림그룹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안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엔에스쇼핑은 제일홀딩스의 자회사가 되므로 일정 요건을 거쳐 주식을 담보로 맡길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지주회사 위에 또 지주회사가 있는 비효율적인 그룹 지배구조를 해소하자는 의견도 반영됐다.
당초 하림그룹은 올 연말까지 두 지주회사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서울지방국세청이 하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합병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하림그룹 사정을 잘 아는 IB업계 관계자는 "세무조사를 마친 후에 합병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자문사 선정작업도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1978년 김흥국 회장이 고향인 전북 익산에서 시작한 육계농장(황동농장)으로 출발했다.
1986년 하림식품, 1990년 하림을 잇따라 설립한 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현재 그룹 총 자산은 9조원대로 내년에 공정거래법상 30대그룹 진입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