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과음 잦고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비타민 부족 의심해야

입력 2015-11-27 09:46
연말연시를 맞아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나친 음주는 신체 리듬을 파괴해 우리 몸이 피로를 느끼게 만드는데, 이러한 피로감은 대부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하지만 만약 음주 후 며칠이 지나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비타민 부족을 의심해야 한다.

알코올은 장의 세포막에 변화를 일으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요소인 필수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 및 무기질의 흡수를 억제하거나 저하시킨다. 특히 비타민 B의 흡수를 저하시키고 쉽게 배설시키기 때문에 과음 후에는 체내 비타민 B가 부족해지게 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과음으로 인해 가장 파괴가 심한 비타민은 비타민 B군"이라며 "비타민 B군 중에서도 대표적인 비타민 B1(티아민)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무기력해지는데, 과음이나 폭음한 다음날 나타나는 대부분의 증상이 비타민 B의 결핍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티아민이라고도 불리는 비타민 B1은 근육과 신경에 축적되는 피로물질인 젖산의 생성을 억제해 우리 몸의 피로를 해소해 주고 신경을 안정시켜준다. 또 뇌의 신경세포에 다양한 반응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관여하는 등 활발한 두뇌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만약 티아민이 부족할 경우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무감각 증상, 근육 무력증, 심혈관 문제 등이 발생하며 심하면 팔다리에 신경염이 생겨 부종이나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각기병이 올 수 있다.

티아민 결핍은 만성 음주자나 알코올 중독 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데, 그 중 하나가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Wernike-Korsakoff syndrome)이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은 알코올로 인한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알코올 과다 섭취 또는 지속적인 음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건망증이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을 자신이 지어내어 말하는 작화증, 말초신경장애, 운동 실조증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게서 티아민 결핍이 흔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음주로 인한 영양 불량 때문이다. 우리 몸은 알코올에 중독되면 더 많은 비타민 B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비타민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더욱이 알코올로 인해 장이 훼손되면서 티아민의 저장이나 사용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티아민 흡수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비타민 중에서도 체내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티아민을 포함한 비타민 B군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욱 소모되기 쉬우므로 스트레스와 피로 상황에 쉽게 노출되는 사람이라면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며 "코르사코프 증후군이 심각해지면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만성 음주자 또는 과음자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음주 후 비타민 C 결핍도 주의해야 한다. 음주를 하게 되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비타민 C가 다량 소모되는데 여기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소모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만약 비타민 C가 부족한 상태에서 과음을 계속 할 경우 알코올성 간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과음이 잦고 피로가 많이 느껴진다면 비타민 B와 C가 풍부한 견과류와 채소, 과일, 미역, 생선류와 함께 미네랄이 풍부한 콩이나 우유, 두부 등을 함께 챙겨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