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가 안 뛰어도 괜찮았을 '엘 클라시코', FC 바르셀로나 대승

입력 2015-11-23 00:37
▲FC 바르셀로나가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2시 15분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5-2016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 레알 마드리드 CF와의 '엘 클라시코' 원정 맞대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사진 = UEFA)

에이스 리오넬 메시가 다쳤다. 세계 축구팬들이 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 만큼이나 주목한다는 '엘 클라시코' 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복귀가 불투명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불사신처럼 57분에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런데 이미 경기는 3-0. FC 바르셀로나 쪽으로 한참이나 기울어진 형상이었다. 굳이 메시가 뛰지 않아도 될만한 흐름이었지만 엔리케 감독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가 빠진 승부는 진정한 승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가 한국 시각으로 22일 오전 2시 15분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5-2016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12라운드 레알 마드리드 CF와의 '엘 클라시코' 원정 맞대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근래에 보기 드문 완승이었다. 그것도 레알 마드리드의 안방에서 거둔 승리였으니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리오넬 메시가 벤치에 머물며 경기를 시작한 FC 바르셀로나는 단 11분만에 멋진 선취골이자 이 경기의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르지 로베르토가 절묘하게 찔러준 공을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가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아웃사이드 슛으로 끝냈다. 상대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을 어떻게 깨뜨리는지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네이마르가 이니에스타의 도움을 받아 왼발로 추가골(39분)을 터뜨린 FC 바르셀로나는 후반전 초반에도 승부의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뜨렸다. 그 중심에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있었다.

공격의 중심에 네이마르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리오넬 메시가 빠진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빈 자리를 공격형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세르지 로베르토가 잘 메워주고 있었다.

특히,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53분에 네이마르의 힐킥 패스를 받아 통렬한 오른발 추가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루이스 수아레스 2득점, 네이마르 1득점 1도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1득점 1도움' 기록만 봐도 리오넬 메시 대신에 이니에스타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그리고 57분에 리오넬 메시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들어왔다. 3-0으로 여유 있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FC 바르셀로나의 위용을 적지에서 맘껏 자랑하기 위해 승리의 확실한 마침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리오넬 메시는 거짓말처럼 74분에 팀의 네 번째 쐐기골을 멋지게 만들어주었다. 수비수 호르디 알바가 공격게 가담하여 공간을 파고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리오넬 메시의 스루 패스가 빛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논스톱 연결도 빛났다.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을 루이스 수아레스가 동일 선상에서 기막히게 깨뜨린 것이다.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리오넬 메시의 공통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라인 브레이커들이라는 점이다. '세르히오 라모스, 라파엘 바란'이라는 레알 마드리드의 유능한 수비수들이 버티고 있지만 바르샤의 공격 트리오는 그들 머리 끝에서 놀고 있는 신계의 존재라는 사실을 충분히 입증하는 명승부였다.

레알 마드리드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록 0-3으로 뒤지고 있었지만 68분에 가레스 베일의 절묘한 역습 패스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받아서 상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득점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FC 바르셀로나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몸을 날려 호날두의 칩샷을 기막히게 쳐냈다.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슈퍼 세이브 행진은 경기 끝무렵에도 계속되었다. 81분에 카림 벤제마의 헤더 슛, 89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헤더 슛이 까다롭게 골문 안으로 날아들었지만 그 때마다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오른쪽으로 훌쩍 날아올라 공을 쳐냈다. 80,500명의 마드리드 홈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브라보의 몸놀림은 신기에 가까웠다.

이로써 올 시즌 첫 번째 엘 클라시코는 예상을 깨고 원정 팀 바르셀로나의 대승으로 끝났다. 2016년 4월 4일 캄프 누에서 이어지는 다음 엘 클라시코 이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전력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1월 이적 시장이 열리면 그 해법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지도력이 우선 의심받고 있다.

마드리드의 맞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2위 자리를 빼앗기는 것은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 2015-2016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12R 결과(22일 오전 2시 1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0-4 FC 바르셀로나 [득점 : 루이스 수아레스(11분,도움-세르지 로베르토), 네이마르(39분,도움-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53분,도움-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74분,도움-호르디 알바)]

◇ 2015-2016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상위권 순위표

FC 바르셀로나 12경기 30점 10승 2패 29득점 12실점 +17

레알 마드리드 12경기 24점 7승 3무 2패 26득점 11실점 +15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1경기 23점 7승 2무 2패 16득점 6실점 +10

셀타 비고 12경기 21점 6승 3무 3패 22득점 20실점 +2

비야레알 11경기 20점 6승 2무 3패 15득점 11실점 +4

발렌시아 12경기 19점 5승 4무 3패 17득점 9실점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