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개그 탐구] 그의 개그는 어디에서 왔나 “응답하라 옛날개그”

입력 2015-11-21 07:01
[조은애 기자] 인기리에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연일 화제인 가운데 배우 김성균의 활약이 눈에 띈다. 극 중 김성균은 무심한 듯 유머러스한 가장으로 등장해, 뚝심 있는 개그 철학으로 당시 유행했던 각종 개그를 맛깔나게 살리고 있다.

특히 그가 선보이는 개그들의 원천은 당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2 ‘유머1번지’다. 요즘엔 조금만 썰렁한 개그를 던지면 ‘어디서 유머1번지 시절 개그를 해!’라는 타박이 나올 정도로 ‘구식 개그’의 대명사같은 존재가 됐지만, 당시엔 모든 코너가 히트했을 만큼 인기였다. 하지만 80년대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들에겐 조금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아이고 김사자앙~”이 대체 어디서 나온 개그인지 궁금해서 짚어봤다.

▲“실례 실~례 실~례합니다~”: ‘유머1번지-부채도사’



"실례 실~례합니다~ 실례 실례하~세~요~"라는 일명 ‘실례송’이 등장했던 것은 ‘부채도사’ 코너였다. 개그맨 장두석과 김의환을 필두로, 부채를 이용해 말도 안되는 점을 치다가 망신당하는 사이비 점쟁이 부채도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김성균이 흉내내는 ‘실례송’은 의뢰인이 점집에 들어올 때 부르던 노래였다.

▲“있을 때 잘해~”, “봉이야”: ‘유머1번지-남그리고여’



극 중 김성균이 부인 라미란에게 시도때도 없이 선보이는 "있을 때 잘해~"와 "봉이야~"는 '남그리고여' 코너에서 탄생한 유행어다. '남그리고여'는 우리나라 최초의 코미디언 커플1호, 개그맨 최양락과 팽현숙이 정분을 쌓은 코너. 두 사람의 젊은 시절 커플 연기를 볼 수 있다. 당시 남존여비 사상을 가진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늘 고개 숙이고 사는 여자가 만들어가는 커플 콩트가 주요 내용이었다.

▲“아이고오 김사자앙~, 이거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요”: ‘유머1번지-북청물장수’



극 중 김성균의 개그를 가장 잘 받아주는 인물은 혜리(성덕선 역)다. 김성균이 "아이고~ 성사장~"이라고 운을 띄우면, 혜리는 "아이고~김사장~"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앉았다 일어나며 “반~갑구만, 반~가워요”를 외쳤다. 이후 김성균이 “받아줘서 고마워어억억”이라고 또 한번 유행어를 사용하자, 혜리는 “나도 안다고요오”라며 우스꽝스러운 제스처와 함께 완벽한 개그 궁합을 선보였다.

이처럼 김성균이 입에 달고 사는 “아이고오 성사자앙~, 이거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요”는 ‘북청물장수’ 코너에 등장했던 유행어다. ‘유머1번지’에서 1987년에 탄생한 이 코너는 당시 신인이었던 KBS 공채 2기 개그맨들을 주연으로 내세워 이봉원, 임미숙, 조금산, 장두석이 출연했다. 콩트의 배경은 1930년대 북한 북청지역으로, 물장수들의 억척스러운 삶을 모티브로 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더불어 그 뒤에 이어지는 “고마워어~”, “나도 안다고요~”는 개그맨 김정렬이 1980년대 대히트시킨 유행어다. 다소 과장된 입 모양과 목 부위에 양 손을 대고 흔드는 손동작이 포인트였다.

+1980년대 인기 개그 프로그램 MBC ‘청춘만만세’에서 개그맨 김정렬, 이원승이 선보였던 콩트로 80년대 감성을 느껴보자.

"원승아 이 간장이 무슨 맛이냐."

"짭니다"

"그건 니가 짠돌이이기 때문이니라~"

“원승아 개나리가 무슨 색깔로 보이느냐”

“노란색입니다”

“그건 니가 싹수가 노랗기 때문이니라~”

'유우머'같지만 당시엔 웃겼다

(사진=MBC '명랑히어로‘ 방송화면 캡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페이스북,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KBS2 '유머1번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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