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아이즈] 조폭 미화가 걱정이라고? 턱관절이나 풀자 '달콤살벌 패밀리'

입력 2015-11-18 20:16
수정 2015-11-20 11:09




오늘(18일) 첫 방송 되는 MBC 새 수목드라마 '달콤살벌 패밀리'(극본 손근주 김지은/연출 강대선 박원국)는 장르를 휴먼 코미디로 표방한 만큼 마음 편히 웃으며 즐길 수 있는 드라마로, 적어도 드라마 보면서는 골치 아플 일은 없을 듯하다. 퇴근 후 치맥을 곁들이며 즐기기에 딱 이랄까? 그러나 마냥 재미있을 것 같은 '달콤살벌 패밀리'에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극 중 주인공을 맡은 정준호의 직업이 조폭이기 때문에 혹여 조폭을 미화시키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반응이 일각에서 나온 것.

드라마 속 조폭 캐릭터는 현실감은 살리되 실제보다는 부드럽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재미있고 따듯한 조폭 캐릭터로도 연출된다. 이런 점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이미지를 심어줄 여지가 있다. 실제로 한창 조폭 영화가 유행처럼 번졌을 당시 한 초등학생이 장래희망을 조폭이라고 적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차후에 생길법한 문제도 있다. 조폭 소재 드라마가 흥행하면 또 다른 비슷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드라마나 영화도 유행을 탄다. 어떤 소재나 이야기가 흥행에 성공하면 비슷한 소재의 작품이 우후죽순 생기기 마련. '달콤살벌 패밀리'에서 정준호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조폭이지만 경상도, 전라도 조폭 드라마가 이어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안방극장에도 조폭을 소재로 한 드라마 붐이 일었다. KBS2 '굿바이솔로', SBS '불량가족', MBC '닥터깽'이 그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 3사를 모두 조폭 드라마가 점령한 것이다. 세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모두 조폭과 관련된 인물이다. 현실에서 만나는 조폭들이 풍기는 무서움은 온데간데없고 코믹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드라마 속 조폭이 잘생기기까지 했다면 조폭에 대한 좋은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달콤살벌 패밀리'는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강대선PD는 "나 역시 작품을 처음 접하고 고민했던 부분이지만 작가님과 조폭을 미화하는 작품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에 대해 늘 이야기해왔다"며 "일정 부분 폭력적인 장면도 나오지만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며, 가능하면 그런 부분을 배제하고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강PD는 "먹고 살기 힘든 시기, 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자는 데서 출발한 작품으로, 설정상 필수 불가결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조폭 미화 우려는 안 하셔도 될 것"이라며 "조폭 느와르를 기대하는 남성 시청자들은 우리 드라마가 밋밋하고 심심하다 느낄 것"이라 강조했다.

극중 조폭 두목 역할을 맡은 정준호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여러 군상의 모습 중 밑바닥 인생을 캐릭터화하면 '나는 저보단 낫게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조폭 미화라기보다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돈이면 다 하는 게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살아가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 설명했다. 

이어 "이 드라마에 조폭이 많이 출연하면서 미화한다든지, 그들이 멋있어 보인다든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 생각한다"며 "초점은 건달 같이 살아가는 거친 아빠지만 훈훈하고 정이 많고 효자인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밝혔다. 

판단은 늘 시청자의 몫이겠지만, 소재에 대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마음가짐이 반듯하다. 그러니 경계의 눈빛은 일단 접어두고 딱딱하게 굳어 있는 턱관절이나 풀어 놓자. 드라마를 보다 터지는 갑작스러운 박장대소는 우리의 턱을 아프게 할 수 있다. 턱관절 운동은 어려울 것도 없다. 이 드라마 제목을 입으로 또박또박 읽으면 입 운동, 턱 운동이 절로 된다. 다 같이 따라 하자. 달 콤 살 벌 패 밀 리. 

사진 한국경제TV MAXIM 윤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