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신뢰창업과 신뢰경영 문화

입력 2015-11-17 10:10


▲ <글.사진=노규수. 법학박사, 해피런(주) 대표>

이런저런 이유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퇴직자들은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방법의 하나로 평생을 모은 퇴직금을 밑천삼아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생계형 창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시대의 또 다른 문화로 소개되었던 청년창업은 주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웬만하면 1억 원에 이르는 점포 창업비용도 부담이지만, 매달 지출해야 하는 월세의 폭등도 청년창업 감소의 원인이라는 것이 최근 언론 보도다.

대신 '제2의 거마 대학생'이라고 불릴 만큼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 휴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을 노리는 '불법 다단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4년전 송파구 거여동과 마천동에서 적발된 대학생 불법 다단계와 같은 '월소득 1000만원 보장' 식으로 유혹하며 신촌 일대에서 젊은이들을 '피라미드 합숙소'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이들의 창업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또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요행수 창업은 경계해야 한다. '거마 대학생'과 같은 사기행각은 사회적 손실 비용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깨뜨리는 주범이다.

필자는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젊은 후배 창업자들에게 경영의 성패는 믿음에서 나온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믿음은 우선 자신이 하는 일부터 스스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봇짐장수로 출발한 개성상인들이 목숨처럼 소중히 지키려 했던 것이 바로 신용(信用)이었다. 그 신용을 담보로 전국적인 유통네트워크를 구축해 지방 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다는 것은 현재도 회자되는 한상(韓商) 경영학 교과서다.

필자 역시 그 정신과 문화를 배우고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불법 다단계판매 추방운동'과 같은 사회운동을 10여년이나 지속해온 필자가 경영자로 전환하면서 가장 중시한 부문은 바로 그 같은 '신뢰(信賴)'였다.

고객으로부터의 신뢰, 친지들로부터의 신뢰를 얻어야 '너와 내가 함께 성공하는 행복문화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자산"의 중요성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 언급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바로 원가절감과 직결된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이다.

경영학자 필립 크로스비(Phillip B. Crossby)는 품질관리 비용을 줄인다면 오히려 경영관리 비용이 더 많이 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9년에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비교하고, 제대로 하는 기업은 영업이익을 20% 이상 개선할 수 있다고 계량화시켰다. 그것은 경제적 이득만이 아니다. 더 큰 수확은 고객들이 기업과 제품을 믿고 쓰는 신뢰와 기업의 도덕성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는 기업의 사훈(社訓)이나 슬로건을 '신뢰경영'으로 내건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상 경영학자들은 경영자의 의식에 따라 신뢰경영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겉으로는 '너와 내가 함께 성공하는 방식'이라고 표현하지만, 속내는 각각 다르다.

첫째는 여사아생(汝死我生)의 모델, 즉 너 죽고, 나 살자는 방식이다.

기업은 죽더라도 경영자는 살고 보겠다는 무책임 경영의 표본이다. 특히 악덕 피라미드 업체나 주식 사기 기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수법이다.

이들은 이런저런 이벤트를 벌여 엄청난 수익을 주겠다고 돈을 끌어 모은 후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나 고객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둘째는 여사아사(汝死我死)의 모델, 즉 너 죽고, 나 죽고라는 극단적인 방식이다.

첫째인 여사아생(汝死我生)을 하려다 발각되어 도망갈 수도 없는 경영자가 이판사판 선택하게 된다. "감옥에 갈 각오하고 있다"며 오히려 더 큰소리치기도 한다. 투자자를 다시 협박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더 투자하라고 유인한다.

그래서 한 푼이라도 더 보상을 받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

셋째는 여생아생(汝生我生)의 모델, 즉 너 살고, 나 살고 방식이다.

가장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신뢰경영으로 성공하는 기업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까... 경영성과를 서로 공유하고, 적절하게 분배하기 때문에 경영자와 구성원들의 협력이 원활하다.

그래서 비록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서로를 격려하며, 고통을 함께 하려 한다. 또 다른 대안을 찾는 의사소통도 원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독지가와 같은 구성원이 나타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보태라는 식으로 거액을 투자하여 주주가 되기도 한다.

넷째는 여생아사(汝生我死)의 모델, 즉 너 살고, 나 죽고의 방식이다.

셋째인 여생아생(汝生我生)의 모델, 즉 너 살고, 나 살고 방식을 추구하던 경영자가 최후의 순간에 직면하면 선택하는 모델이 되곤 한다.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세다.

따라서 경영자는 자신의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기업을 살려 투자자나 구성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전심전력을 다한다. 이런 경영자는 대부분 재기하기 마련이다. 신뢰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창업자들은 물론 퇴직 창업자들도 경영에 나선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신뢰경영'의 모델이다. 하지만 우선은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정직(正直)이 자산이기 때문이다.

<p style="margin-left: 80px">필자_노규수 : 1963년 서울 출생. 법학박사. 2001년 (사)불법다단계추방운동본부 설립 사무총장. 2002년 시민단체 서민고통신문고 대표. 2012년 소셜네트워킹 BM발명특허. 2012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상. 2012년 홍익인간. 해피런㈜ 대표이사. 2013년 포춘코리아 선정 '2013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