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여성 생존자의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 졸업생인 이소벨 바우더리(22)는 13일 프랑스 파리의 금요일 밤을 즐기러 바타클랑 극장에 갔다가 끔찍한 테러를 겪었다.
바우더리는 "그저 금요일의 록 공연이었다. 행복한 분위기에서 모두가 춤추고 웃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들이 들어와서 총을 쐈다"고 떠올렸다.
그는 "순진하게도 쇼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단순한 테러 공격이 아닌 학살이었다"며 "내 바로 앞에서 십여 명이 총에 맞았고 바닥은 피바다가 됐다. 여자친구의 시체를 안은 남자들의 비명이 공연장을 채웠다"고 전했다.
바우더리는 "나는 사랑하는 이가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을 지켜본 사람들 속에 누워서 한 시간 넘게 죽은 척했다"며 "숨을 참고 움직이지않으며 울지도 않으려고 했다. 테러범들이 원하는 공포를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독수리처럼 원을 그리며 돌던 테러범들의 모습은 남은 평생 나를 쫓아다닐 것"이라며 "정교하게 조준해서 사람들을 쏘는 장면은 현실 같지 않았다. 누군가 악몽이라고 말해주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바우더리는 "나도 곧 희생자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나는 희생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이 짓을 저지른 금수 같은 자들을 생각하지 않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렸다고 확신한다"고 생사의 기로에 있던 순간을 전했다.
그는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피 속에 누운 채 22년간의 내 인생을 끝낼 총알을 기다리면서 내가 사랑한 모든 이의 얼굴을 떠올리고 사랑한다고 속삭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내가 사랑한 이들이 앞으로도 인간의 선함을 믿기를 바랐다. 테러범들이 승리하지 않도록 말이다"고 강조했다.
바우더리는 마지막으로 "지난밤 많은 이들의 삶이 영원히 변했다"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 비극의 죄 없는 희생자들이 꿈꿨지만 이제 채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생존자로서의 책임감을 새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