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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두근두근 첫 출근. 취업난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을 제치고 언론사에 입사한 도라희(박보영).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멋진 정장, 하이힐, 내 이름으로 된 명함, 그리고 폼나는 사원증. 이제 잉여가 아닌 사회에서 쓸모있는 사람이 됐다. 필자 역시 첫 출근을 하며 떨렸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p><p>
</p><p>와장창. 어디서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였으면 좋으련만 얇디 얇은 유리멘탈이 깨지는 소리. 명함과 사원증을 받아들고 기뻐하기도 전에 하부장의 고함이 들려온다. 도라희의 글은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나름대로 신중을 기하고 몇 번이나 고쳤을 글이지만, 하부장(정재영)의 맘에 들지는 않는다. 지금 필자가 쓰고 있는 이 글도 얼마나 까이고 데스크의 승인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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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영화 속 하부장은 끊임없이 "열정만 있으면 못할게 뭐있어!"라고 말한다. 과연 첫 출근 하던 날의 열정만으로 버틸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장인은 열정 말고 무엇으로 버틸 수 있는 걸까. 도라희는 이해할 수 없는 상사의 트집으로 관둘까 생각하지만, 그 순간 집에서 전화가 온다. "딸, 우리 자랑스러운 라희" 엄마의 전화에 관두고 싶다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다시 회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항상 힘이 됐던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마음의 짐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p><p>
</p><p>상사에게 탈탈 털린 도라희는 사람 꽉 찬 퇴근길 버스안에서 한숨을 푹푹쉰다. 그때 울리는 월급 문자 소리. 퇴사 위기가 올때마다 통장에 꽂히는 월급. 어쩌면 이렇게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때 월급이 들어오는지. 신입사원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이제는 부담이 되어버린 가족의 기대와 통장을 스쳐가는 100만 원 남짓의 월급이라는 것. 이 영화가 현실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p><p>그게 영화건, 드라마건, 소설이건 간에 웰메이드라 불리는 작품에는 핍진성이 담보되어 있기 마련이다. 핍진성은 판타지 장르에도 통용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필자가 이 영화에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것은 신입사원의 애환을 스크린 안에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 속 캐릭터에 감정이입하여 스크린 안으로 뛰어들게 했다면 그 영화, 어찌됐건 성공이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가 그렇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내 생활을 찍어 놓은 것 같아 마음을 졸였고 짜증도 났고 위로도 받았다.</p><p>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데는 배우의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정재영은 막무가내지만 부하직원을 아끼는 일명 '츤데레' 하부장의 모습에 완전히 빙의했다. 아울러 정재영의 애드립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어 웃음을 더한다. 실제로 박보영은 언론시사회에서 촬영 도중 정재영의 애드립이 많아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오나의귀신님'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보영도 편한 연기를 보여줬다.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안정감을 보여준 덕에 이질감없이 감정이입할 수 있다.</p><p>이 영화는 영화 '인턴'과 드라마 '미생'의 중간쯤에 있다. '인턴'보다는 훨씬 솔직하지만, 미생처럼 현실의 냉혹함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못했다. 특히 전하려는 메시지가 불분명한 로맨스는 오히려 영화의 흐름을 끊는다는 느낌을 준다. 또연예부 기자라면 거부할 수 없는, 결국 열정이라는 것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특종전쟁'이라는 요소가 영화 결말에 이르러 짜맞춘듯한 느낌을 주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어 그 감정선만 쫓아가도 충분히 재미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이 아픈 영화다.</p><p>★★★★</p><p>
</p><p>MAXIM Says: 옆에 앉은 기자는 영화가 끝나고 한참을 울었다. 영화 속 한 캐릭터에 몰입한 듯 보였다. 어쨌든 울렸으니 성공한건가?</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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