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아이즈] 알리고 하는 불륜은 모르게 하는 재미가 없다, 영화 '5 to 7'

입력 2015-11-14 12:06
수정 2015-11-20 11:10


* 본 기사에는 영화 내용이 일부 소개됩니다.

불륜은 멜로물의 단골 소재다. '주홍글씨', '채털리 부인의 연인' 등의 익숙한 고전부터 불륜을 로맨스로 그리는 작품은 무궁무진하다. 이 중에서 '성애'에 초점을 둘 것인지, '교감'에 초점을 둘 것인지, '원죄'에 초점을 둘 것인가의 세 가지 방향 정도로 불륜물을 분류할 수 있는데, 영화 '5 to 7'은 교감에 비중을 쏟는다.

결혼 8년 차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서른셋 프랑스 여자 '아리엘(베레니스 말로에)',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스물넷 작가 지망생 '브라이언(안톤 엘친)'. 뉴욕 한복판에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 동안 데이트를 즐기게 된다. 이 두 시간은 아리엘이 제안한 데이트 타임으로, 프랑스에서는 배우자가 있더라도 서로를 위해 이런 사적인 시간을 허용한다고 한다. 과연 실제 프랑스에서도 관행적으로 불륜을 묵인하는 문화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문화가 그렇다고 깔고 가니, 미국식 사고(대개의 미국 영화가 그렇듯이 미국식 사고는 곧 세계의 상식적 사고)를 대변하는 브라이언은 스스로의 행위가 불륜임을 인지하면서도 아리엘과 별 탈 없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심지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두 사람의 불륜을 용인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인간이 이길 수 없는 것은 자연, 그리고 사랑"이라는 절대 명제 하에. 두 사람만 부르짖어야 할 메시지를 모든 등장인물이 한 소리로 외치고 있으니 이야기는 별 난항 없이 단조롭게 흐른다. 

하지만 그것을 이 영화의 패착이라고까지는 보지 않는다. 한결 무거움을 덜어낸 만큼 영화는 보는 재미에 집중해 데이트 무비로의 기능에 충실했다. 센트럴 파크, 구겐하임 미술관, 쉐리-르만 와인샵, 크로포드 도일 서점 등 뉴욕의 데이트 명소를 훑으며 채색에 집중한다. 



이들의 파국은 불륜의 발각 대신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다. 20대의 사랑은 소유욕. 그리고 30대의 사랑은 내 감정보다 더 소중히 해야 할 것을 인정하는 자세. 나이에 따른 사랑의 정의는 다르다는 걸 담담하게 보여주며 '남자의 성장통' 정도로 영화는 안전한 결말에 안착한다. 다만 '교감'으로 인한 불륜의 성립까지는 가능했어도, '성애'와 '원죄'를 거세하니 왜 둘이 서로를 그토록 원하는지는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의 5시부터 7시는 편안하되, 애틋하지는 않다. 오는 11월 19일 개봉 예정,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