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초점]PD들이 자신 없어 하면 대박 난다?...tvN '응답하라 1988'-JTBC '타인의 취향'

입력 2015-11-10 18:11


대박 나는 프로그램에 새로운 공식이 생겼다. PD들이 자신 없어 하면 대박 난다는 것이 바로 그것.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PD들은 누구보다도 해당 방송에 대한 애정이 깊을 것이다.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정말 오랜 기간과 많은 애정을 쏟아붓는 그들이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변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PD와 내일 첫 방송을 앞둔 JTBC '타인의 취향' 김형중 PD가 그랬다.

5일(목) 오후 3시 여의도 비비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PD는 "나는 이번 '응답하라 1988'이 잘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확률적으로 세 번째 시리즈가 잘 된 경우가 없어서 우리도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다. 다들 망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부담감이 없더라"고 말하며 이번 시즌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드러냈다.

방송을 앞두고 이렇게 모든 것을 해탈한 것처럼 말한 PD는 없었다. 다들 자기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바쁘고, 더 부풀려 말하기 바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시청자들이 불안할 만큼 "망할 것이다"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그래서 모두들 '응답하라 1988'은 망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신원호 PD의 우려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6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88'의 1회 '손에 손잡고' 편은 평균 시청률 6.7%, 최고 시청률 8.6% (닐슨코리아 / 유료플랫폼 가구 /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시청자들이 우려하던 '여주인공 혜리의 연기력'이나 '진부한 설정' 등은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 뒤를 이어 대박 신화를 쓸 PD가 한 명 또 있다. 10일(화) JTBC 사옥에서 진행된 '타인의 취향' 기자간담회에서 참가한 김형중 PD가 그 후발주자다. 그가 연출을 맡은 현생인류 보고서 ‘타인의 취향’은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을 다룬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스타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그들의 취향을 살펴볼 수 있다. 유병재 작가, 장진 감독, 배우 스테파니 리, 개그맨 유세윤, 아이돌 갓세븐의 잭슨이 출연하며 11일 오후 11시 첫 방송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형중 PD는 "처음에는 자신 있게 시작했는데, 제작진들도 살짝 의문이 드는 프로그램이다. 같이 방송을 만든 제작진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고 '이건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라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우려하는 것처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우리 프로그램은 소소하고 소박하다. 대본도 없고, 연출자들이 출연진들에게 지시하는 것 또한 없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이 계속 거듭되다 보면 아이템이 고갈될텐데, 그 때도 제작진이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의문에 김형중PD는 "그 때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하며 어떻게 보면 무책임할 수도, 또 어떻게 보면 안일하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는 답변을 내놨다. 신원호 PD부터 시작해서 김형중 PD까지, 프로그램의 수장이 이런 태도를 보이니 시청자들은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그래, 얼마나 망하려나 어디 한번 보자"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유병재는 많이 부족하지만, 즉흥 랩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뽐내 오히려 보는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스테파니 리는 외국에서 살다 와 한국 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등 2% 부족한 면을 보이며 그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KBS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하다는 우려도 많고 PD는 자신 없어 했지만, 이번에도 그 우려는 완전히 빗나갈 것이라 예상한다. 과연, JTBC '타인의 취향'이 새로운 대박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