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최근 사회 각계에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소식 준비했습니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 어떤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앵커> 비정규직 차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죠. 그만큼 비정규직 근로자가 우리사회에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고요?
<기자>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는 지난 2009년 이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09년 2천350만명이었던 취업자수는 올해들어 처음으로 2천6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취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죠.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모두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 근로자중에 비정규직이 얼마나 되느냐.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은 1천300만명, 비정규직은 620만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정규직 근로자 수의 절반정도 되는 셈입니다.
<앵커>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적기는 합니다만 숫자로 보면 600만명이 넘어가니까 상당히 많은 것이로군요.
<기자> 게다가 비정규직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았고, 50세 이상이 많았습니다. 사회 주요 노동계층인 20~40대는 정규직으로, 50대 이상은 비정규직으로 주로 고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사회적으로 약자들이 주로 비정규직으로 고용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우려스러운데, 특히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이 차별이거든요.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좀 마련했나요?
<기자> 노사정 협의체는 노사간 의견대립이 심하기 때문에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가운데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전문가그룹에서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놓고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노조에게 허용하는 방안입니다.
<앵커> 차별시정 신청권이라고 하죠. 지금도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았을 때 시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 않나요?
<기자> 지난 2007년 이후부터 차별시정제도가 있기는 합니다만 잘 이행이 안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차별시정신청 현황을 보면 한해 접수되는 차별시정신청건이 100건 남짓밖에 안됩니다. 그중에 차별로 인정되는 건수도 1/5수준밖에 안되고요. 이렇게 신청이 적은 이유, 뭘 것 같으세요?
<앵커> 제가 비정규직 근로자라면 섣불리 차별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하지 못할 것 같아요.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잖아요. 비정규직은 언제든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기자>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차별대우를 받아도 근로자들이 불이익이 있을까봐 신청을 꺼리는 겁니다. 따라서 노조가 대리로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이미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이런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게 되면 피해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제도적으로 차별을 개선할 수 있겠군요.
<기자>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체 근로자들의 노조가입률이 10%남짓밖에 안되기 때문에 노조가 없더라도 사업장의 근로자 대표가 차별받은 근로자를 대신해서 차별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익명제보를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비정규직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사내하도급문제도 꼽을 수 있죠. 일은 그 회사에서 하는 데 고용계약은 하청업체와 맺어서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결국 이것도 비정규직 차별을 낳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원래 도급계약이라는 것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령 전문기술력을 가진 인력을 필요로 할 때 외부에서 들여오는 경우에 사용하려고 만들어진 제도거든요. 근데 이게 악용이 돼서 직접 고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계속 시키려는 이유로 활용이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앵커> 비슷한 제도중에 파견제도가 있잖아요. 파견업체에서 근로자를 고용해서 기업에 보내주는 방법인데, 말씀하신 사내도급하고 파견계약하고 어떻게 다른 거죠?
<기자> 도급근로와 파견계약직의 차이는 사업을 누가 하느냐입니다. 그러니까 기업이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가 근로자를 뽑아서 사업을 수행하면 사내도급이고요. 기업이 직접 사업을 하는데 인력을 인력업체로부터 제공받으면 파견계약입니다. 사내도급은 하청업체의 지시를 받고, 파견계약은 사용업체의 직접 지시를 받는 것이죠. 그런데 왜 사업주들이 파견계약을 안쓰고 사내도급을 쓰느냐. 파견계약 근로자는 1년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만약에 계약을 갱신해서 한 회사에서 2년이상 일하게 되면 회사는 파견 근로자라도 직접 고용을 해야 하거든요. 반면에 사내도급은 그냥 계속해서 하도급 형태로 쓸 수가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해고할 수도 있고요.
<앵커> 사내도급을 해서는 안되는 일에 사내도급을 쓰는 것을 우리가 ‘위장도급’이라고 하죠. 기업들이 정규직채용이나 직접고용을 꺼리다보니까 이런 작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약자인 근로자들은 속이 타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가들이 여기에 대한 방안을 좀 내놨나요?
<기자> 일단 사내도급을 아무 경우에나 할 수 없도록 체계를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파견과 도급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고요. 대신 파견업무는 허용폭을 조금 완화해서 사내도급에 내몰린 근로자들을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안도 제안이 됐습니다. 물론 파견직도 역시 열악한 비정규직이기는 합니다만 아무런 법적 보호를 못받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겁니다. 예를들어 일부 업종들, 가령 뿌리산업이라고 하는 업종들(용접이나 주조, 금형, 열처리 등)은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런 직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면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자들이랄지 다양한 구직자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네,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노사정위원회 전문가들의 방안을 정리해봤습니다. 시청자분들 오해하지 마셔야 할 것은 오늘 다룬 내용들이 완성된 방안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인 만큼 상당히 비중있게 논의가 되고 있다는 점, 노사정 협의체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