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뒤통수 전문 드라마가 따로 없다.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 11회에서는 판을 짜고, 다시 그 판을 뒤흔드는 정치꾼들의 두뇌 싸움이 쫄깃하게 펼쳐졌다. 한 수를 두고, 그 다음 수가 아닌 몇 수를 뛰어 넘어 머리를 쓰는 이들의 심리전은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날 도당 최고 권력자인 이인겸(최종원 분)은 이성계(천호진 분)의 아들인 이방원(유아인 분)에게 누명을 씌워 그를 잡아 들였다. 안변책 가결을 위해 이방원이 홍인방(전노민 분)과 몰래 결탁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인겸은 도당에 이름 모를 이가 보낸 투서를 보내는 한편, 이성계의 청렴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길태미(박혁권 분)의 아들을 이용하기까지 했다.
이인겸이 짠 판에 이방원은 걸려들었다. 이방원은 순군부에 추포됐고,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고문에 시달렸다. 지난 방송에서 정도전(김명민 분)으로부터 매몰찬 독설을 들었던 이방원은, 정도전이 자신을 죽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인두로 몸을 지지는 고문 속에서도 버티고 또 버텨냈다.
같은 시각 정도전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 벌레 때문에 고민에 휩싸였다. 연희(정유미 분)의 말대로 이방원이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대업을 향한 걸음이 더욱 수월해지기 때문. 이방원의 죽음에 잠시 고개만 돌리면 된다는 마음 속의 벌레. 하지만 정도전은 벌레를 걷어내고 이방원을 살리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인겸이 만든 판을 뒤흔들며, 짜릿한 두뇌 싸움을 시작했다.
정도전은 이인겸이 이방원을 죽이는 대신, 이성계까지 엮기 위한 증거를 조작할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이인겸은 홍인방의 필체를 흉내 내 작성한 서찰을 이방원의 방에 숨겼다. 홍인방과 이성계, 이방원이 결탁했다는 거짓 내용이 담겨 있는 서찰이다. 이 같은 이인겸의 판을 정확하게 예측한 정도전은 서찰을 바꿔치기하며 판을 뒤집었다.
정도전이 새로 이방원 방에 숨겨 놓은 서찰은 과거 땅새(이방지/변요한 분)이 자신에게 남긴 것이었다. 권문세족 백윤(김하균 분)을 죽였으니, 이제 또 누구를 죽이면 되겠냐는 땅새의 울부짖음이 담긴 서찰. 연희는 어째서 정도전이 이 서찰을 숨기도록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비밀은 곧바로 밝혀졌다.
이성계가 백윤을 죽였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도당에 없었다. 모두가 이인겸이 일을 너무 크게 벌였다고 판단했다. 그 시각 이성계의 짜릿한 승전보가 전해졌다. 이제 이성계가 2만의 대군을 끌고 개경으로 들어와 아들을 구하고, 도당과 전면전을 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결국 수세에 몰리던 정도전이 이방원도 구해내고 이인겸을 누를 방도를 떠올린 셈이다. TV 속 이인겸은 정치판 두뇌싸움에서 뒤통수를 맞았고 TV 밖 시청자는 짜릿한 반전의 뒤통수를 맞았다.
이들이 벌이는 두뇌 싸움은 ‘육룡이 나르샤’의 촘촘하고도 탄탄한 스토리,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이를 완벽하고도 집중력 있게 담아낸 연출은 화룡정점과도 같았다. 끝날 때까지 몰입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의 향연이 ‘육룡이 나르샤’ 속 두뇌싸움의 백미인 것이다.
몇 수를 내다보며 두뇌싸움 중앙으로 뛰어든 정도전. 그의 계책은 이방원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 두뇌싸움은 10일 방송되는 ‘육룡이 나르샤’ 12회에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