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성과주의' 번번이 실패···공정평가·상생이 해법

입력 2015-11-06 17:35
수정 2015-11-06 17:36


<앵커>

정부가 은행권에 또 다시 성과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고임금, 고비용 구조를 바꾸고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로 개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변화는 그다지 없었습니다.

정원우 기자입니다.

<기자>

IMF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한해동안만 5개 은행이 퇴출되고 9개 은행이 합병됐습니다. 은행권 통폐합 과정에서 임금체계 개편도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고(故)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1998년 취임 당시 월급 1원만 받겠다고 선언한 것은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의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지점장 등 관리직과 임원, CEO를 중심으로 성과급 도입 바람이 불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또 다시 은행권 임금 체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진동수 당시 금융위원장이 "일반은행 하위직 임금이 너무 높다"며 "은행의 임금 구조와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여전히 은행권에서는 호봉제에 근간한 고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은행권 성과주의 확산 카드를 제시했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과거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이 번번이 실패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 등 소매금융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는 국내 은행산업 구조 속에서 지점 단위의 집단 성과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익성만을 따지는 외국은행들과 달리 국내은행들은 서민대출부터 공과금 수납까지 공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며 "은행업 체질개선 없이는 성과주의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성과주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금융(IB)과 프라이빗뱅킹(PB), 외환 등 전문직군이 활약할 수 있는 은행업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한다는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고임금 구조는 경영진과 노조의 합의로 이뤄져온 만큼 은행 노사 스스로도 이기주의를 버리고 경쟁력있는 조직 문화 구축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결국 성과주의 도입과 같은 체질개선 없이는 고임금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이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정원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