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사, 성과 중심 임금체계 '공방전'

입력 2015-11-05 18:15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권 임금체계 개편을 금융개혁의 한 축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놓고 은행권 노사의 치열한 공방전이 시작됐습니다.

금융연구원이 5일 개최한 '은행의 바람직한 성과주의 확산 방안' 세미나에서는 성과주의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이오성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최근 저금리·저성장에 갇힌 금융환경에 핀테크, 비대면 채널 확장으로 은행원이 할 수 있는 것들이 계속 줄고 있다"며 "은행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씨티은행의 강정훈 부행장도 "씨티그룹 아시아지역내 같은 수준의 국민소득 국가를 비교해봐도 한국의 급여 수준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성과주의 문화가 글로벌 은행의 경우 어떻게 도입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동주 부산은행 부행장은 "노사 합의로 이번 달부터 3급 이상에 대해 연봉제로 전환했다"며 "성과평가를 조금씩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런 성과 중심 임금체계에 대해 노조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김민석 금융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 주범은 수수료 인하 등 은행들의 과당경쟁과 대우조선해양에서 볼 수 있듯 관치금융인데, 이로 인한 손실을 은행원들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노조는 성과급제는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라고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그동안 밖으로 이야기 못했지만 모두가 고민하던 부분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만든데 매우 의미가 있다"며 "생산성과 보상체계의 연관성이 결여 된 국내 금융권의 성과주의 시스템은 합리적이지 않고 낙후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권 과장은 또 "일자리 창출에 금융업이 다른 산업보다 부진한 건 인정해야 한다"며 "창의적인 금융인이 우대받는 성과평가와 보상체계 개선은 금융개혁 과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세미나 주제발표를 담당한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와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임금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노사가 함께 현황을 조사하고 직무와 성과를 연계하는 임금체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