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초점]'응답하라 1988' 과연 이번에도 응답할 수 있을까?

입력 2015-11-05 17:16
수정 2015-11-05 23:00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에 이어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등 '응답하라' 시리즈는 당시 시대적 배경을 잘 살려 그 시대를 겪어왔던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그 속에 로맨스도 녹여내 tvN의 마스코트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내일(6일) 첫 방송 된다.

이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1988년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서울 올림픽'이 열렸고, 학력고사를 치르던 시대, 2015년 판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한다.

'응칠'은 HOT와 젝스키스로 대변됐던 199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했고, '응사'는 1994년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시리즈만 하더라도 주 시청자층은 10대, 20대였다. '응사'의 경우도 일부 공감하기 힘든 옛이야기가 있었지만, 대학생들의 실상을 다뤄 20대 시청자들은 제대로 잡았다. 하지만 '응팔'은 시청자층이 30대, 40대가 되면서 당시의 시대를 공감하기 어려운 어린 시청자들을 잡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런 우려를 잡기 위해 제작진은 '가족애'와 진부한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 소재를 넣었다. 5일(목) 오후 3시 여의도 비비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PD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억에 크게 남은 가족과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을 때 다들 말을 못하더라. 가족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공기처럼 소중하지만 정작 소중함을 모르는 게 가족인 것 같다"고 말하며 "가족극으로 성공하려면 누군가는 죽거나 암에 걸려야 한다"고 가족극의 비애를 전했다. 그는 소소한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담아내, 가족극인데도 오그라들지는 않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자칫 잘못하면 주말 연속극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적절하게 가족애를 다뤘을지가 궁금해진다.

세 번째 시리즈에서도 '남편 찾기'가 계속된다. '응칠' 당시 '성시원(정은지)'의 남편 찾기는 가히 혁명적인 소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남편이 누구일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졌고, 종영 직전에는 네티즌들의 입김 때문에 남편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다. 이어 그다음 시즌 '응사'에서도 '남편 찾기'는 계속됐고, 이내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응팔' 제작이 결정되자 시청자들은 "제발 이번에는 남편 찾기 하지 말자"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로맨스가 없을 수는 없다. 첫사랑이라는 코드는 당연히 들어간다. 남편 찾기 이번에도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 이어지는 '남편 찾기'를 진부하지 않게 녹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주인공 '혜리'의 연기력 논란도 피해갈 수 없는 걸림 요소다. 혜리는 '응팔' 제작 소식과 함께 캐스팅 물망에 오르며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전작 '하이드 지킬, 나'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다소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이번 '응팔'을 두고도 혜리의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원호 PD는 "혜리를 보고 '성덕선' 캐릭터를 만들었다. 혜리를 만나고 나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시청 지도서'에서의 연기는 그다지 실망스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목을 끌만큼 완벽한 연기력도 아니었다. 과연 첫 방송에서 혜리는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원호 PD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확률적으로 세 번째 시리즈가 잘 된 경우가 없어서 우리도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있다. 다들 망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우리도 부담감이 없더라"고 말하며 이번 시즌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드러냈다. 이번 '응팔'이 이런 우려를 넘어선 채 '응답하라'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