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 폐지해야”

입력 2015-11-02 14:28
수정 2015-11-02 14:29


정부는 내년부터 이른바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0.7% 포인트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또 일반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도 0.3%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2일 이 같은 내용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조달금리가 내려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당국은 또 카드사들의 이익 규모가 수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 7월부터 대형가맹점에 대한 밴(VAN)사의 리베이트 제공도 금지된 만큼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카드사들이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에 대한 규제가 최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이 인하폭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업무 범위를 크게 넓혀 줬으니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금융당국 내부에 팽배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당장 연간 순이익이 6,700억원이나 줄어들게 됐다며 아우성입니다.

올해 국내 카드사들의 당기순익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순익의 3분의 1 가량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내려가고 부수업무에 대한 규제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새롭게 추진하는 신규 사업에서 당장 이만한 수익을 내기는 불가능하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그동안 고객에게 제공하던 혜택들을 줄여 나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라는 개념조차 없는 곳이 많다”며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가맹점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여서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면 카드사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알아서 수수료율을 낮출 텐데, 이를 자영업자 등 가맹점에게 부담하게 하니 카드 수수료가 포퓰리즘의 단골 메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이 말은 곧 카드 수수료 부과 체계 자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편해야 하는 데, 영세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반대로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체계로 바뀌더라도 영세 가맹점과 일반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수수료율에 차등을 둔다면 가격이 싼 영세 가맹점을 찾는 고객이 늘 것이고,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포인트 혜택 등으로 상쇄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의지만 있다면 정치권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습니다.

총선,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매번 반복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논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카드 수수료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