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욱의 글로벌 숨은뉴스 찾기] 저출산, 글로벌 공조 “Baby, don't stop!”

입력 2015-10-31 00:00
“호외(號外)요! 호외!” 지난 주말 베이징 길거리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넘쳤다. 중국이 35년 만에 ‘1가구 1자녀 정책’ 폐지를 발표한 것이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증시에서 전 세계 유아용품 관련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그림 : 신화통신 10월29일자

출처 : 신화통신

그렇다면 우리 사정은 어떨까? 올 해 현재 한국여성 1명당 출산 자녀수는 1.25 명으로 전 세계 평균 2.42 명의 절반수준이다. 이는 현재 ‘한 자녀 정책’이 시행중인 중국의 1.6명 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아시아권에서 고령화 시대를 제일먼저 맞이한 일본 1.4명보다도 뒤쳐진다. 여성 1인당 출산자녀수 세계 1위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니제르로 6.76명, 꼴찌는 싱가폴이 0.81 명으로 기록돼 있다. 한국은 세계 순위 220위에 해당되는데 심지어 우리와 휴전선을 맞이하고 있는 북한의 출산자녀수도 1.97명으로 세계 128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림 : 여성1인당 출산자녀수 분포

출처 : CIA 정보집계

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증가율은 0.7%로 그나마도 매년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며 만일 0% 에 도달하면 1인당 총생산은 6.4% · 평균소비는 5.2% 감소하면서 사실상 생산과 소비 모두 큰 폭의 ‘역성장’에 돌입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저출산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에 각국 정부는 다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창의적인 출산장려책을 고안하고 있지만 실제 뚜렷한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림 : 핀란드 육아선물팩키지

출처 : QUARTZ

출산율 175위인 핀란드 정부는 ‘육아 선물 팩키지’ 라는 아기옷과 기저귀 등 각종 용품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마련한다. 179위 러시아는 지난 9월 국경일에 한시적으로 여성들의 응모를 받아 추 후 임신사실이 확인되면 추첨을 통해 수입 SUV 차량 · 냉장고 및 가전제품 그리고 현금을 지급하는 행사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출산율 전 세계 꼴찌의 싱가폴은 사정이 다급하다보니 보다 공격적인 출산장려책을 마련했다. 중산층 가정을 대상으로 둘 째를 출산할 경우 세제 혜택을 비롯 무려 16만6천 싱가폴달러(1억3500만원) 규모의 다양한 재정지원을, 셋 째부터는 추가로 8천 싱가폴달러(65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아이의 아버지에게는 추가로 2만 싱가폴달러(1630만원)의 세금을 환급해 준다.



그림 : 미남세 주장 경제학자 ‘모리나가 타쿠로’

출처 : 아사히 신문

가까운 일본의 경우 우리와 마찬가지로 다문화 가정 지원, 바우쳐 제도를 통한 육아 자금 지원, 국가 운영 어린이 집의 확대 등의 출산장려책을 쓰고 있으나 큰 효과가 없다. 그래서 최근에 한 저명한 경제학자는 일명 ‘미남세(美男稅, Handsome Tax)’ 라는 것을 도입해 결혼자체를 등한시 하는 ‘초식남’ 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이 미남세 도입을 주장한 경제학자가 일명 오타쿠(특정 취미나 캐릭터에 몰입하여 집 밖에 나가지 않고 현실의 이성에게도 관심이 없는 ‘마니아’를 지칭하는 말) 컨셉으로 찍은 사진이 공개 돼 대중의 큰 웃음을 자아냈다. 결과적으로 이 미남세는 잘생기고 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싱글 남성에게 세금을 부과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남성들의 데이트 비용을 지원하고 나아가 모든 남성들의 결혼을 장려한다는 일종의 ‘압박과세’ 성격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미남세의 부과기준은 누가 정할 것이고 또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과연 이를 압박으로 느낄 것이냐 아니면 이를 정부 공인 ‘훈장’으로 인식해서 오히려 미남세 부과자들에 여성들이 더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같은 부작용을 낳지나 않을까 웃지 못할 해석들이 뒤따른다.



그림 : 난민시위

출처 : Asia News

최근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심리적인 압박을 겪고 있는 나라 중에 우리 한국도 포함된다. 하지만 당장의 인구증가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난민을 망명자로 받아들이는 문제보다 근본적인 정치 · 사회적 안정감을 배제한 근시안적 출산장려책은 결국 일본과 같이 현실감을 잃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않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라는 말이 있다. 출산과 육아는 당장의 인센티브(?)만을 보고 감행하기에는 부담스런 과정이다. 미국 금융위기 이 후 경제지표 가운데 주택시장이 가장 늦게 회복이 된 이유도 마찬가지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30년 만기 모기지가 가장 일반적인 미국의 경우, 당장의 주가상승이나 가처분 소득 회복만으로 30년짜리 계획을 수립하기는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주변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이 ‘30년 만기 모기지’ 라면 부모들의 출산 계획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김희욱 한국경제TV 전문위원 hwkim2@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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