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3차전 두 번의 우천 중단, 두산에는 약 삼성에는 독이 됐다

입력 2015-10-30 07:31
수정 2015-10-30 16:39
▲ 3차전 승리를 따낸 두산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나갔다.(사진 = 두산 베어스)

29일 잠실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3차전은 장원준의 호투를 앞세운 두산이 5-1로 승리했다. 두산은 2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날 경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두 번의 우천 중단이라는 변수가 승패를 갈랐다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우천 중단에 초반 기세 꺾인 삼성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 타자 구자욱이 장원준과 끈질긴 승부 끝에 내야안타로 출루해 상대 폭투로 2루에 안착했다. 2번 박해민이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나바로가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기록하며 삼성은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물론 이후 추가 득점은 없었다.

다만 두산 선발 장원준이 1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졌다는 것은 이후 삼성 타자들이 경기를 유리한 흐름으로 이끌 수 있는 조건은 만들었다. 그러나 경기가 두 번이나 중단되면서 1시간 가량 휴식기가 생기면서 흐름은 180도로 변했다. 이후 삼성 타선은 장원준을 상대로 산발 4안타에 그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더욱 문제는 타선이 아니라 마운드에 있는 클로이드였다.

클로이드는 상대를 압도하는 구위를 가진 투수는 아니다. 3차전에서도 1-2회 1사후 안타를 허용하기도 했지만 병살타를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했었다. 그런데 두 번째 중단 이후 클로이드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중단 후 다시 속개된 경기. 클로이드는 3회 1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갑작스럽게 제구력이 흔들리며 볼넷 2개를 허용했던 것. 물론 3회는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지만 4회는 달랐다.

4회말 시작과 동시에 연속 볼넷을 허용한데 이어 1사 2,3루에서 박건우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5회에도 제구력이 흔들렸고 양의지의 희생 플라이로 실점을 했다. 삼성 벤치가 빠른 교체를 했기 때문에 대량 실점은 없었지만 1-2회 피칭 내용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결과론이지만 만약 경기가 한 번만 중단 됐다면 클로이드의 피칭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길고 길었던 휴식, 반전의 힘을 마련한 두산

반면 두산은 우천 중단이 천운으로 작용했다.

3차전 선발 장원준의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 타자들의 초반 집중력이 더 강했다. 설령 안타나 득점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나오지 않았지만 끈질긴 승부로 장원준을 괴롭혔다. 장원준은 1회에만 31개의 공을 던지며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될 정도였다.

하지만 두 차례 경기가 중단됐다고 속행되면서 장원준에게는 큰 힘이 됐다. 첫 번째 중단 후 경기가 시작됐을 때는 2회 안타를 허용했지만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이닝을 종료했다. 어쩌면 중단으로 인해 1회 소진했던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했던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분명 선발 투수에게 경기 도중의 휴식이 무조건 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원준에게는 득이 된 것이다.

타선 역시 반전을 일으켰다. 1-2회 연속 병살타로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던 흐름에서 두 번의 우천 중단으로 숨고르기를 했던 것이다. 3회 1사 만루의 기회는 무산됐지만 4회 역전 후 6회까지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모든 것이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3차전 두 차례 우천 중단은 양 팀의 운영을 가르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