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의 그늘‥그저 남 탓에 '혈세만'

입력 2015-10-30 00:00


-"부실, 정치권·당국·산은·대우조선 합작품”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에 책임전가

-낙하산·관치관행·보은 경영‥부실 방관

-주요 요직 밀어주기‥부실기업 ‘단물만’

-정치권·당국·산은 도덕적해이·유착 논란

-“대규모 혈세 투입 전 책임 명확히 해야“





“정치권·금융·사정당국·국책은행을 포함해 금융시스템 등이 상식이 아닌 것에 익숙해져 있고, 힘만 있으면 어물쩍 넘어가는 70년대·80년대식 힘의 논리가 여전한 데 금융의 삼성은 무슨” (재계 관계자)

“국책은행·부실기업 요직 낙하산 인사 관행은 제2의 대우조선 등 어떤 형태로 든 우리 경제에 독이 될 것이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가야한다” (전 금융지주 CEO)



“글로벌 경기침체, 내수침체 여파로 대우조선 대규모 지원을 해도 정상화 여부 불투명한 데 혈세 투입만” (시중은행 부행장)

대우조선 회생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각계의 시선은 그 지원 규모와 세부내용도 내용이지만 부실을 초래한 주체들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에는 책임 여부의 무게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현직 임원과 비상근 고문을 포함한 대우조선해양 및 계열사의 부사장, 전무, 상무, 자문역, 고문 등 23명을 의원면직 등으로 경영악화 책임을 물어 이미 퇴직 조치했다’



[사진]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중 책임 관련 부분

산업은행이 작성한 9장 분량의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 자료 중간 부분에는 각 단략별 제목 외에 두꺼운 글자체로 강조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웬일인 지 대우조선 현직 임원들의 퇴직조치에는 '땡땡땡땡' 당구장 표시와 함께 두꺼운 글자체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4조2천억원 지원에다 향후 추가출자나 지원 등을 감안할 때 막대한 혈세가 투입될 대우조선 부실과 관련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각 계의 눈총을 의식한 듯 두꺼운 글자체로 책임을 묻고 있음을 강조했고 행여 기자들이 이 부분을 놓칠새 라 친절하게도 잘 보이게 표시까지 해놨을 정도입니다.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 부실 조사후 검찰고발·손배소

현직 임원들의 퇴직 조치와 함께, 자료에는 대우조선의 전(前 )경영진에 대해서도 부실경영과 예산 관리, 자회사 부실 등을 조사한 뒤 검찰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의 내용을 덧붙이며 부실의 근간에 대우조선이 있고 이를 은폐하고 운영을 잘하지 못한 책임을 전현직 경영진에 모두 전가하는 뉘앙스마저 풍깁니다.

대우조선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가 찜찜했는 지 자료 말미에 감사원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위법 부당행위가 발견되면 산업은행의 관리책임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간략히 명시했습니다.

자료 배포 이전에 대우조선 부실 책임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산업은행의 한 중견간부는 “조선업 특성상 CFO나 관리자를 파견해도 모두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경영진이 마음먹고 부실을 감추는 데 우리가 선박 분해해서 부품, 원자재 이런 것 다 검토할 수 있냐”라고 반문하던 양상과는 조금 달라진 셈입니다.

이 중견간부의 하소연, 반문에는 대우조선이 이렇게 된 데에는 산업은행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정치권과 당국의 입김이 주요 인사를 좌우하고 공신(公臣) 챙기기의 일환에 따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대우조선 CEO 자리와 관리 임원, 이사회, 고문 등 전문적이어야 하는 자리에 누가봐도 비전문가인 관피아, 정피아, 금피아, 군피아 등 낙하산들이 자리를 꿰차며 조직이 흔들리는 데 어찌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대우조선 경영진·산은 일부 관계자 처벌에 그칠 듯"

시중은행의 기업구조조정 담당 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상화방안 중 책임여부를 묻는 대목에 있어서는 결국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과 임원에 대한 고발 조치, 산업은행 일부 책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로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이 임원은 이어 “사실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하다 보면 정치권과 당국, 국책은행 등 주요 인사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다 알지 않느냐, 온오프라인을 통해 알게 모르게 압력을 행사하기 마련인데 그게 다 낙하산 인사, 그들을 내려 보낸 윗선의 의중에 따르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낙하산 인사들은 은행이나 기업 자체의 이익보다는 임기내에 자신을 밀어준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보은, 그들의 의중을 따라야 하는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고 CEO나 관리감독자라는 본인의 지위를 망각한 채 조직의 발전 보다는 ‘단물 빨기’에 급급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부실 근간에 낙하산 인사·'보은 경영' 한 몫"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산은이나 수은이 왜 이렇게 됐는 지 개탄스러운 부문”이라며 “낙하산 인사 관행이 몸에 익었고 본부장급 이상 인사들 일부는 임기 중에는 부실 계열사·기업들에 막강한 권한 행사하고 퇴임 즈음해서는 이들 기업에 한 자리 꿰차는 풍토가 있다”고 상황을 전했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전에만 해도 정통 국책은행맨이라는 자긍심이 대단했는 데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설거지, 연이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고 이 쪽에서도 내려 보내는, 말 그대로 우리답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대우조선 같은 부실기업 경영진에 대한 낙하산도 문제지만 이들 조직의 노조와 구성원들 역시 처음에는 낙하산에 반대하고 파업을 하고 강하게 나가는 듯 해 보여도 오랜 관행에 젖고 본인들의 요구하는 처우나 자리보전 등만 관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 지는 구조가 오랜 시간동안 반복돼 온 것도 문제라고 견해도 제시됐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이들 낙하산 인사, 관치 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개혁의 대상임에도 자신들은 아무 상관없는 주체인 양 국책은행과 해당기업의 부실과 책임만 지적하고 구조조정 정책과 정책금융 시스템만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바꾸는 등 고무줄 정책이 반복되고 있다는 시각도 팽배합니다.

한 금융사 CEO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고 이 낙하산 인사는 해당 금융사의 이익에 반하는 지원을 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부실조짐 기업에 대한 직무를 등한시 했다면, 이들 낙하산을 내려보낸 윗선도 분명 책임이 있는 것이고 그러한 부실과 어떻게든 연계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낙하산 내려보낸 정치권·당국·은행 유착 고리 끊어야 "

이어 이 CEO는 “결국 정치권과 당국, 국책은행, 부실기업간 모럴헤저드, 유착, 얽히고설킨 낙하산 인사구조에 따른 부작용이 대우조선이라는 단편적인 문제로 한꺼 번에 불거진 것 아니겠냐”고 언급했습니다.

부실조짐에도 본인의 연임과 또 다른 영전을 위해 부실을 감추고 본인들과 윗선의 잇속만 생각했다면 무리한 정책으로 국가적·경제적 손실과 파장을 입혔지만 정치권과 당국은 매번 책임 부분에서는 한걸음 물어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관피아, 정피아 등이 부실을 방치하면서도 그사이 잇속을 챙기고 향후 드러난 부실은 국책금융기관, 국가기간산업이라는 미명하에 정상화를 한다며 재차 금융사 동원, 혈세가 투입된 다는 점입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현재 대규모 자금 지원을 통해 급한 불을 끌 경우 내년부터 대우조선이 흑자로 전환돼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한 글로벌 경기상황, 후방산업 업황, 이익개선 여부 등이 담보되어야 하지만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번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을 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주도로 혈세가 투입이 되고 KEB하나은행, 농협 등 은행들이 합동 경영관리단 운영에 참여하는 한편 추후 여타 은행들로까지 신규대출, 출자전환 , 상환유예, 금리인하, 보증 등 어떤 형태로든 참여가 불가피한 모양새입니다.

대우조선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국책은행들의 부실화를 방치할 수 없는 만큼 추가 출자로 건전성을 높일 수 밖에 없고 예산 반영이나 자본확충 등 이 같은 부실 처리에는 늘상 혈세가 투입되기 마련입니다.

*"낙하산 병폐·기업 부실 결국 국민 혈세로 막는 셈"

문제는 출자나 자본확충, 예산반영 등 엄밀히 말하면 국민의 돈이 세금 형태로 투입되는 것이 온당한 곳에 투입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부실을 방조한 정부와 당국, 국책은행, 부실기업 경영진들이 낙하산과 유착의 통로로 부실기업을 악용한 상황에서 밑단의 책임만 묻고 다시 국민들의 돈인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월호 사태 이후 차단되는가 싶던 관피아, 정피아, 낙하산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고 국책은행 등 금융권에는 여전히 관행처럼 자리잡은 사이 독을 깬 사람은 따로 있는 데 ,각 계에서 우려하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몫으로 전가된다는 점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 등 정상화방안 진행이 아무일도 없었던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부실 책임 규명, 누구나 납득이 가능한 책임 소재 가리기 등이 선결돼야만 국민들도 혈세 투입이 억울하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권 출신의 한 재계 인사는 대우조선 부실, 금융권 상황과 관련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부실 솜방망이 처벌‥제2의 대우조선 우려 '상존'

“금융당국, 사정당국 등 감독 시스템과 국책·시중은행 등 금융시스템, 몸담고 있는 경영진과 구성원 등 모두가 상식이 아닌 것에 너무 익숙해 져 있고, 힘 없는 주체는 늘 당하고, 힘이 있으면 어물쩍 넘어가는 70년대, 쌍 팔년대 식 힘의 논리가 여전한 데 무슨 금융의 삼성이고, 글로벌 금융이 탄생할 수 있겠느냐, 책임소재를 윗선부터 분명히 하지 않으면 다 의미 없는 이야기다”

이번 사태를 힘의 논리에 따라 대우조선 전·현직 경영진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산업은행 일부 관련자는 솜방망이 경고·문책에 그친다면 제2의 대우조선 부실, 아까운 혈세 투입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