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이 박삼구 회장 백기사 자청한 사연

입력 2015-10-28 06:42
수정 2015-10-28 16:24


효성과 코오롱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과 코오롱은 박 회장 부자가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 측이 추진한 블록세일(시간 외 대량매매)의 잔여 지분에 대해 전략적 투자자들이 인수하기로 했다"며 "전략적 투자자에는 효성과 코오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이날 장 마감 이후 금호타이어 보유 지분 8.1%와 금호산업 지분 9.9%에 대한 블록세일에 나섰다.

이날 종가(금호타이어 7,300원·금호산업 1만7,400원) 기준으로 매각금액은 총 1,530억원 규모다.

블록세일 결과 금호타이어 지분 3.74%, 금호산업 지분 5.45% 등 총 761억원어치가 매각됐다.

이에 따라 효성과 코오롱 등 박 회장의 백기사들은 771억원 규모의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전망이다.

블록세일로 지분을 매각할 땐 보통 시가 대비 5% 안팎의 할인을 하지만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은 모두 할인율 0%로 가격이 책정됐다.

박 회장 측이 이례적으로 할인 없이 시가로 블록세일을 추진한 것은 이미 전략적 투자자들을 확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과 코오롱이 박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은 금호타이어와의 사업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효성과 코오롱은 주력 생산품인 타이어코드를 각각 금호타이어에 납품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이후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채권단 42%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도 갖고 있다.

효성과 코오롱이 박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호그룹이 지난 2008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효성과 코오롱은 롯데, 대상, 고려강선 등과 함께 금호그룹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박 회장은 이번에도 대한통운 인수 때 손을 잡았던 기업들에 투자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기사들은 박 회장 부자가 매각하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거나 금호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가 될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하게 된다.

박 회장 부자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지분매각 대금을 '마중물'로 활용해 SPC를 세울 계획이다.

SPC는 금호산업 경영권(50%+1주)을 인수하는 주체가 되고, 박 회장 부자가 SPC를 소유하게 되면 박 회장 부자는 자연스럽게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SPC의 회사명은 '금호기업'이 유력하다.

박 회장 부자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매각 대금으로 자본금 4천억원 규모 SPC의 지분 30~40%가량을 취득한 뒤 SPC 나머지 지분은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해 채운다는 계획이다.

SPC는 NH투자증권으로부터 인수금융 3천억원 가량을 끌어와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원을 마련하는 구조다.

박 회장 측은 다음달 6일까지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방안을 확정해 채권단에 제출하고 연내 인수를 마무리 한다는계획이다.